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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강경이, 박지홍 엮음-비소설/국내 2023. 11. 2. 10:48
1.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 불면증은 삼십대 후반에 나타난다. 소중한 일곱 시간 수면이 갑자기 둘로 쪼개진다. “첫 번째 달콤한 밤잠”(운이 좋다면)을 자고 난 뒤 두 번째 깊은 새벽잠에 들 때까지 음울한 공백이 갈수록 길어진다. <시편>에 기록된 바로 그런 시간이다. “그의 진실함이 너의 방패가 될 것이니, 밤의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 한밤에 서성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리.” p.23(‘잠과 깸’, F.스콧 피츠제럴드)
2. 폐허와 참담함. 어쩌면 내가 될 수 있었던 것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나 놓쳐버리고 낭비해버리고 다 써버리고 탕진하고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 때 대담할 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 수 있었을 텐데. p.29(‘잠과 깸’, F.스콧 피츠제럴드)
3.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진짜 아프거나 굶주리거나 겁에 질리거나 감옥이나 휴가 캠프지에 갇혀 있지 않는 한 봄은 여전히 봄이다. 공장에는 원자폭탄이 쌓여가고 거리에는 경찰들이 어슬렁대고 확성기에서는 거짓말이 쏟아져 나와도 지구는 여전히 태양 주위를 돈다. 독재자도 관료도 이런 변화가 제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결코 막지 못한다. p.100(‘두꺼비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조지 오웰)'비소설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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