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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김용규-
    비소설/국내 2023. 11. 2. 11:04

     

     

    1.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처럼 긍정성이 과잉인 사회가 우리를 점점 더 극단적인 자기-몰아세움과 자기-닦달로 몰아간다는 사실이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해야 하는 우리의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 그럼으로써 자기 상실에 빠지게 한다. 한병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p.93
     
    2. 오늘날 자본주의가-소비이데올로기의 전도사인 대중문화를 통해-우리를 길들이는 책략은 “욕망을 자극하고 최대한 흥분시킨 다음에 극단적인 형태로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자극하고 금지하기, 온갖 성욕을 일깨운 뒤에 그것의 만족을 억압하기”, 그럼으로써 ‘자기통제력을 빼앗는 동시에 자유와 존엄을 갈취하기’다. 한마디로 ‘어르고 뺨 때리기’다. 따라서 소비와 부채는 이제 개인적•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가 되었다. p.102
     
    3.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사안은 현대 과학기술과 그것의 사용에 내재된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불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동반하는 두려움이다. 바로 이것이 음모설 속에 자리하고 있는 진실이다. 지젝이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우리에게 충격적인 공포를 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 아니라 우리 행위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덧붙였다.
     “우리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과정은 더 이상 정치적•경제적 발전의 사회적 과정만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자연적 과정 자체이다. 예측 불가능한 핵폭발의 파국에서부터 지구온난화, 상상할 수도 없는 유전자변형의 결과들 말이다. 우리는 나노 테크놀로지 실험이 초래할 결과가 어떤 것이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새로운 생활 형식, 마치 암처럼 우리의 통제력을 넘어서 재생산되는 새로운 생활형식이 어떤 게 될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에게 정작 위협을 가하는 것은 호모 에코노미쿠스, 즉 경제성을 제일원리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의 행위가 지닌 예측 불가능성, 통제 불가능성이다. p.128
     
    4. 마투라나는 사랑을 ‘일상생활에서 내 옆에 남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규정했는데요. 내 위나 아래에 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다른 존재가 저대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의미지요. p.203
     
    5. 소유에 대한 집착이 줄면 사는 게 훨씬 자유로워지는데, 사실 물질에 대한 소유욕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거든요. p.209
     
    6.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 -김선우-
    자전거 바퀴 돈다 바퀴 돌고 돌며
    숨결 되고 있다 풀 되고 있다 너의 배꼽에서 흐르는 FM 되고 있다 실개천 되고 있다 버들구름 되고 있다 막 태어난 햇살 업고 자장가 불러주는 바람 되고 있다 초록빛 콩꼬투리 조약돌 되고 있다 바퀴 돌고 돌며
    너에게 가는 길이다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인 아침
    부스러기 시간에서도 향기로운 밀전병 냄새가 난다 밀싹 냄새 함께 난다 기운차게 자전거 바퀴 돌린다 사랑이 아니면 이런 순간 없으리 안녕 지금 이 순간 너 잘 존재하길 바래 그다음 순간의 너도 잘 존재하길 바래.
    자전거 바퀴 돌리는 달리아꽃 빨강 꽃잎 흔들며 인사한다 다음 생에 코끼리 될 꿀벌 자기 몸속에서 말랑한 귀 두 짝 꺼낸다 방아깨비들의 캐스터네츠 샐비어 꿀에 취한 나비의 탭댄스 사랑에 빠진 자전거 되기 전 걸어온 적 있는 오솔길 따라 숲의 모음들 홀씨처럼 부푼다 아, 에, 이, 오, 오, 아, 아,
    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 안녕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을 기억할게
    사랑에 빠져서 정말 좋았던 건 세상 모든 순간들이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
    행복한 생성의 기억을 가진 우리의 어린 화음들아 안녕 p.217
     
    7.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우리의 관념에 영향을 끼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그 무엇’이다. 우리는 ‘이데올로기 종언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데올로기 만연의 시대’를 살고 있다. p.330
     
    8. 자고로 성인(聖人)은 나는 감히 진리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예나 지금이나 광인(狂人)은 나는 다만 진리를 안다고 말하는 법이다. p.353
     
    9.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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