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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디자인> -장영진-비소설/국내 2023. 11. 2. 11:10
1. 설득의 근거는 단체가 지닌 역사와 정체성, 미적인 구성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목표와 소비자가 될 것이다. 단순히 상대의 주관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전문가인 디자이너의 주관이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잘못된 디자인으로 얻게 될 손실을 연구하여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설득력을 갖춤과 동시에 디자이너 개인의 주관적 기호에 따름으로써 저질러질 잘못된 선택도 막을 수 있다. p.104
2. 예술과 디자인 둘 사이에 보이는 모습 이상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두 작업의 출발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미술 작업은 주제 선정에서부터 결과물 제작까지 작가 본인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주제를 어떤 소재,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 등 모든 과정이 작가의 고민과 내적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미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메시지와 표현 방식을 접하고,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여 영감과 감동을 받고 소비한다.
반면 디자이너의 작업은 사용자에서 출발한다. 디자인 결과물을 향유할 사람들에게 어떤 만족을 줄 것인가가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즉 디자이너의 작업은 아무리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명확한 목표가 있다. 디자인이 소비되는 과정은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이다.
앤디 워홀의 창작품을 아무리 대량으로 생산되고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해도 워홀 자신의 영감과 직관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적 속성을 많이 가질지언정 디자인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반면 필립 스탁의 창작품을 제품 자체의 기능성이 약할지라도, 새로운 형태의 주전자 혹은 착즙기로서 상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소비자의 ‘부가적 가치 창출’을 가능하고 한다. ‘공간을 살리고 이야깃거리를 준다’는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표현 자체는 비슷해 보일지라도 디자인과 예술에 필요한 자질은 상당히 다르다. 예술 활동에 필요한 것이 자기 내면과의 대화, 깊이 있는 성찰이라면,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소통 능력과 폭넓은 경험이다. 내면의 목소리보다 외부의 목소리에 민감해야 하고, 끊임없이 외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개성을 갖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자질이다. 디자이너와 예술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자질이 어느 쪽에 더 닿아 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pp.15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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