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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더보이> -김연수-
    소설/국내 2023. 11. 3. 10:26

     

     

     

    1. 힘이 있다면 누가 희망 따위를 바라겠는가. 이 세상에 이토록 많은 희망이 필요한 이유는 힘없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p.12

    2. 이 세상과 더불어 웃든지, 아니면 혼자 울든지. p.28

    3. 아빠가 살았던 42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죠. 별들의 숫자에 비하면 그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그 빛들을 나눠서 쪼일 수 있었다면 아빠는 평생 매초당 7조5499억5047만2325개의 별빛을 받으면서 살았던 것이에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1초였을 거예요. 그렇게 대단한 1초라는 걸 알았더라면 아빠는 울지도 않았을 텐데요. 소주를 마시지도 않았을 거고, 약병을 들고 죽겠다고 아들에게 소리치지도 않았을 테죠. 아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말이죠. p.41

    4.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더 느리게 숨을 쉬고, 더 많은 감각으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더 천천히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었다. p.152

    5. 우울에는 절망과는 다른, 나름의 침몰 방식이 있었다. 절망이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느 정도 내려가면 다시 딛고 올라설 바닥에 닿는 식의 침몰이라면, 우울은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드는 일과 비슷했다. p.156

    6. 그쯤에는 나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불어 말하지 못한 그 마음을 이해받기란 무척 힘들다는 사실도. p.189

    7. “가을이 계절의 무대에서 내려가고 나자, 막간극에 나온 피에로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11월이 찾아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뒷산에 올라가노라면 무대로 바짝 내려온 커튼처럼 두터운 안개가 계곡 쪽의 집들을 뒤덮은 풍경이 보입니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죽어야만 하는 귀뚜라미처럼, 불현듯 뒷모습을 보이는 가을이 나는 못내 서운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여기 없으니 잎을 모두 떨어뜨린 11월의 나무들처럼, 그리하여 초록빛을 잃어버린 산들처럼, 어스름 무렵이면 농가의 굴뚝에서 솟구치는 외줄기 연기처럼 나는 내 마음 속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의 그리움만큼 외로워집니다. 말라가는 시냇물처럼 내 말수는 줄어듭니다. 가난한 내 언어의 재산목록에는 보고 싶다는 말, 그저 보고 싶다는 그 말만 달랑 남았을 뿐입니다. 오늘도 노을이 지는 저녁 하늘로 새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습니다. (...)” pp.224-225

    8. 아름다운 시절이란 늘 추억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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