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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에릭 호퍼-비소설/국외 2023. 10. 19. 15:04
1. 오감五感을 초월하는 능력, 가령 텔레파시로 교신한다든가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은 동물적인 특징이다. 사악한 의도를 감지하는 능력이 둔화되지 않았다면, 인간화 과정의 시작인 열정적인 사교 행위가 과연 출현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오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 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비롯된다는 설명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파스칼은 만약 인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챈다면 세상에 친구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p.42
2. 선과 악은 같이 자라나고 서로 팽팽하게 묶여 있어 떼어낼 수 없다. 우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은 균형을 선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이다. p.48
3. 불완전한 열등 동물인 인간이 자연계에서 동물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약점을 이점으로 바꾸는 비범한 천부적 재능 덕분이었다. 인간의 도구와 무기는 특수 기관의 결여를 보완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냈고, 인간의 학습 능력은 타고난 기술과 기관의 적응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업적을 달성했다. 장애를 기회로 바꿀 때 인간이 그 고유성을 최대로 발휘한다는 것은 여전히 불변의 진리이다. p.49
4. 알타미라 동굴 천장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물 벽화를 그린 구석기 시대의 사냥 집단은 가장 원시적인 도구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술 활동은 실용품 제작보다 유래가 깊고, 놀이 역시 노동보다 먼저 생겨났다. 인간은 필요에 쫓겨 하는 활동보다 놀면서 하는 활동을 통해 완성되었다. 인간의 독자성과 창조성의 원천은 어른 속에 있는 아이의 성향이며, 놀이터는 그 능력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p.50
5. 교육의 주요 역할은 학습 의욕과 학습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는 배우는 사회이며, 그곳에서는 조부모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 학생이다.
급변의 시대에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이다. 배움을 끝낸 사람에게는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 p.57
6. 이견異見을 제기하는 소수가 활개를 칠 여지가 있을 때만 그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견이 있는 소수가 자유를 느끼는 경우는 자기의 의견을 다수에게 강요할 수 있을 때뿐이다. 소수가 가장 혐오하는 것은 다수의 반대이다. p.70
7.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답변은 소리나 몸짓으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말로 해야 한다. 인간이 처음으로 질문을 했을 때, 드디어 인간성이 완성되었다. 사회 침체는 답변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결여될 때 나타난다. p.132
8. 집단적 수치심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집단적 분노는 있다. 집단적 자부심도, 집단적 의기양양함도 있다. 그러나 집단적 수치심은 없다. 다른 사람과 연대할 때 우리는 거의 여지없이 자기보다 나은 자와 결탁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죄를 지으면 참담한 기분을 느끼지 않게 된다. p.181
9. 우리가 찾는 사람은 자기에게 동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좋게 생각해주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이런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 p.200
10.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확실히 모를 때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할 말이 있을 때는 몇 단어밖에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할 말이 전혀 없는데도 그것을 절실하게 말로 표현하려고 할 때는 세상의 모든 사전과 그 안에 수록된 단어를 총동원해도 충분하지 않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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