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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소노 아야코-비소설/국외 2023. 11. 9. 11:20
1. 나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인생은 의외로 좋은 일 천지다. 반면 사회라는 곳이 평화롭고 안전하고 바른 것이 정상이라 믿고 있으면 모든 것에 소홀하게 되고, 좋은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조차 가지지 않게 되며,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능력도 결여된다. 뿐만 아니라 조금만 어긋나도 금방 화를 내고 실망하게 된다. pp.23-24
2. 건강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근면은 때론 게으른 자에 대한 도량과 융통성의 부재를 낳는다. 착함은 우유부단이 되고, 성실은 사람을 질리게 한다. 수재는 규정에 따른 사무 능력은 있어도 우쭐해 하는 만큼의 창의력은 없고, 자신이 속한 집이나 토지의 상식을 중히 여기는 양식 있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덕이라고 여기는 어떤 것도 완전치 않음을 알면, 우리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이 백 퍼센트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자각이 참으로 소중하다. pp.85-86
3. 진정 친구가 나서야 할 때는 상대가 이런 저런 불행을 당한 순간이라 생각된다. 건강하고 순조롭게 잘살고 있을 때에는 상관없다. 그러나 상대가 육친을 잃거나 병이 들었을 때야말로 친구가 나서야 한다. 목적은 단 한 가지, 그저 그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함이다. 시간이란 위대하다. 하루, 일주일, 일년이 지나감에 따라 심적 고통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 과정에 가능한 한 함께 있어주는 것이 친구의 역할이다. p.119
4. 내가 모르는 장점이 틀림없이 있는 타인을 상석에 앉히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자세는 상대의 우월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기뻐하고 배우려 하는 유연하고도 활달한 마음의 표현이다.
타인의 단점은 재빨리 찾아내면서 장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빈약한 인격 탓이다. p.138
5. 결혼해서 내 소설이 이따금 잡지에 게재될 무렵, 문학으로 신세진 분들께 감사의 선물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은 “그런 인사치레는 하지 않아도 돼.”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하며 별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나의 상식은 문학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결국 약간 좋은 평이라도 듣게 되면 잽싸게 선물을 보내주는 약삭빠른 사람으로 어디에선가 인식되고 있었다.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훌륭한 해방이었다. 다시 말해 대단히 기뻐하며 이후 일체의 연말 인사를 그만두었다. 나 스스로 그만둘 결단을 내리기가 좀처럼 어려웠었는데, 막상 사람들로부터 말을 들어 그만두니 참으로 간단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가벼운 인생을 보낼 수 있었다.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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