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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유카와 유타카, 고야마 데쓰로-
    비소설/국외 2023. 11. 13. 09:44

     

     

     

    1. ‘트루먼 카포티는 소설 속에서 영화를 종교적 의식으로 비유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지도 않다. 어둠 속에 홀로 스크린과 마주앉아 있으면, 어쩐지 자신의 혼이 잠정적인 장소에 잠시 치워진 듯한 기분이 된다. 그러한 기분을 맛보는 일은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이른바 영화 중독이 아니겠는가.’ (하루키) p.109
     
    2. 악은 확고부동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타자로서 존재할 때, 그때 악이라는 측면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악이란 악의라든가 인가의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A라는 한 사람을 둘러싼 B, C, D라는 타자는 각각의 존재로서 악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원초적인 악의 모습이다. p.156
     
    3. 무라카미 씨가 일인칭으로 소설을 쓸 때는 자신의 분신을 여러 명 만들어서 분신과 대화하고, 분신과 싸우는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싸움의 대상인 와타야 노보루도 실은 주인공 속에서 효율을 지향하는 자신의 한 부분으로 보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주인공과 주인공 분신의 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결국, 일인칭의 화자로는 다각적인 대화를 끌어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p.225
     
    4. ‘절대적인 악과 절대적인 선이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는 세상이 되면서, 오셀로 게임처럼 선악이 순식간에 자리바꿈을 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오늘날의 지구인들은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속에 있습니다. 사람들을 지탱해주던 논리와 체제가 무너지고, 이제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벽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바람막이도 없는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지요.’ (하루키) pp.34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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