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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비소설/국내 2023. 11. 13. 10:27

     

     

    1. 모든 첫 문장은 근사하다. 왜냐하면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첫 문장은 출판되지 못한 첫 문장이고, 출판된 모든 첫 문장은 끝이 있기 때문에 근사할 수밖에 없다. 출판된 첫 문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첫 문장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다녀온 다음에 처음 자리에 서 있는 문장이다. p.81
     
    2. "세월호에 내가 아는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연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이것이 최초의 감정이고 솔직한 마음이라고 해도 이렇게 글을 쓸 수는 없다. 최초의 감정에 이어 여러 가지 다른 마음이 생겨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감정이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 알고 있는 사람이 타고 있었으므로 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보게 될 것이다. 아들을, 딸을, 친구를, 동료를 그 속에 남겨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사람의 표정을 언뜻 보게 될 것이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하고 나면, 완전하게 솔직한 문장을 쓸 수는 없게 된다. ‘솔직하다’라는 의미 역시 달라지고 만다.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포털의 댓글들이 금방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거기에 어떤 ‘정리’와 ‘공감’도 없기 때문이다. pp.85-86
     
    3. (...)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존재 방식이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원한다면, 밖을 내다볼 것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어떤 식으로 반대하는지, 어떤 식으로 결론에 이르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스타일은 밖에서 얻어와 내 몸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발견해 깎아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101
     
    4. 시기심의 원인은 나의 불안에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노력해서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나만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자신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기심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려면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시기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를 시기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pp.144-145
     
    5. 나쁜 묘사는 예쁘기만 할 뿐 정확하지 않고, 좋은 묘사는 선명하지 않지만 정확하다. 나쁜 묘사는 셀카와 같고, 좋은 묘사는 스냅샷과 같다. 나쁜 묘사는 최대한 포즈를 취한 후 어색한 미소로 찍는 사진이고, 좋은 묘사는 친한 친구들과 놀다가 자연스럽게 찍히는 사진이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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