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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톰 미첼-비소설/국외 2023. 11. 15. 10:38
1. 군인들이 몇몇 승객을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초조한 기색의 젊은 군인이 메고 있는 기관총 총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경험은 대단히 무서운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군인들이나 장교들이 과연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하기는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 아르헨티나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p.198
2. “세상에나, 전혀요. 절대! 절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어요! 내가 도대체 차를 가지고 뭘 하겠어요. 나는 그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만 있으면 돼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절대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것들에 얽매여 살죠.”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뭔가요?”
“아이들과 가족이죠. 그리고 친구들도요. 뭔가 자라는 것들도 나를 행복하게 해줘요. 토마토 가지에 핀 꽃들이며 잘맺힌 열매들도 나를 행복하게 해줘요. 무럭무럭 잘 자라는 닭과 돼지, 염소들을 볼 때도 행복하고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답니다.”
마리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참 행복해요.” pp.223-224
3. 마치 내가 후안을 죽게 만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스틱스(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일곱 바퀴 돌아 흐르는 죽음의 강)를 건넜고 나루터지기는 이미 그를 태웠다. 후안은 내가 갚아야 할 빚을 갚을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문을 닫아버렸다. 인간의 머리와 가슴 사이에는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인 감정들이 얽히고 설켜 갈등을 빚는다. 우리는 엄숙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바로 이 갈등들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에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풀기 위한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다. pp.317-318'비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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