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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소설/국외 2023. 11. 16. 11:25

     

     

    1. 로스토프 백작, 이 방에 있는 여러 사람이 당신은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서 놀라고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소. 하지만 나로서는 전혀 놀랍지 않소. 매력은 유한계급의 마지막 야망이라는 걸 역사가 보여주었으니까. 내가 놀랍다고 생각하는 건 문제의 시를 쓴 사람이 이토록 눈에 띄게 목적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이오. p.16
     
    2. 하지만 예술이란 가장 부자연스러운 국가의 앞잡이다. 그것은 무엇을 하라는 지시에 지치는 것보다 반복되는 일에 훨씬 더 빨리 지치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될 뿐만 아니라 짜증날 정도로 모호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직조된 대화가 명명백백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경우에도 약간의 냉소나 눈썹을 치키는 행동 하나만으로 전체 효과를 망쳐 버릴 수 있다. 사실,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따라서 관리 당국자들이 별다른 이유가 아닌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예술 작품들을 수시로 점검하고자 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p.308
     
    3. “불가피한게 뭔지 내가 말해주지. 불가피한 것은 말이야, 삶이 니나에게도 찾아갈 거라는 거야. 니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만큼이나 진지하긴 하지만, 아주 초롱초롱하고 생기 넘치는 아이라서 삶이 그 애로 하여금 악수를 하고 혼자 떠나게 내버려두진 않을 거야. 삶은 택시를 타고 니나를 뒤따라갈 거라고. 그러다 우연히 그 애와 마주치겠지. 삶은 결국 그 애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 삶은 구걸하고, 맞바꾸고, 공모에 가담하겠지. 필요하다면 교묘한 속임수에 의존하기도 할 거야.” pp.358-389
     
    4. “아.” 소피아가 말했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소피아는 단두대만큼이나 효율적으로 코끼리에 대한 주제를 마무리 지었다. p.379
     
    5. “젊었을 때 나도 내 누이에 대해 똑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단다. 해가 지날수록 누이에 대한 기억이 점점 빠져나가는 것 같았지. 그리고 언젠가는 누이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게 되었어. 하지만 사실은 말이야,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결코 우리에게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p.517
     
    6. “사진으로는 어떤 장소의 ‘감정’을 포착할 수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건축가가 대답했다. “사진은 어떤 장소의 ‘상태’를 지나치게 자세히 포착하기 때문이죠.” p.521
     
    7. 우려를 표명한 다음에는 세 발짝 물러서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한 발짝도 아니고 두 발짝도 아닌, 세 발짝이었다. 어쩌면 네 발짝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다섯 발짝은 절대 아니었다). 그랬다. 아버지는 자신이 걱정한다는 것을 알려준 다음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나 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록 그 결정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p.564
     
    8. 자기 자신만의 축하할 이유를 가진 사람의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연과 망설임과 성급함에 좌지우지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악명이 높다. p.601
     
    9.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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