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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취미의 권유> -무라카미 류-비소설/국외 2023. 11. 16. 12:45
1. 이런 곤경에 빠졌을 때는 컴퓨터의 문제 해결 방식처럼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계속하면서 끈질기게 원인을 찾아내 적확한 대책을 취하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도 몹시 지루하고 평범해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재미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곤경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다. 위기일발의 상황을 구사일생으로 벗어나 성공했다는 따위의 돌발적이고 눈에 띄는 곤경만이 세상의 이목을 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이다. 눈에 보이는 사고는 준비만 충분히 해도 90퍼센트는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보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지 투지나 근성, 기개 따위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곤경에 처했을 때 적절히 대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날들이 알아주지 않는 작업일지 모른다. pp.50-51
2. 자동차 사고로 상대에게 물리적인 상처를 입혔다거나 복잡한 도로에서 남의 발을 밟았을 때처럼 사건의 경위가 분명한 경우라면 모를까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거나 의혹이 제기된다면 자초지종과 경위, 그리고 자신의 관련 여부부터 분명하게 밝히는 게 순서이다. 덮어놓고 사과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경위는 어떠한지, 원인은 무엇이고 자신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책임은 누가 지며 손해는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대응했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는지, 언제쯤이나 해결될 것이고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취해야 하는지, 손해배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이번 사고에 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등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사죄보다 훨씬 중요하다. pp.84-85
3. 직장인들이 전직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목은 자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따져 보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제발 마음을 돌려 사표를 찢으라며 상사와 동료들이 나서서 붙잡는 사람이어야 전직이 합당한 것이다. pp.124-125
4. 물론 그런 글을 잘 쓰는 비법은 따로 없다. 멍청한 문장을 쓰는 사람은 대체로 글쓰기가 서툴러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전하려 하는지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전제는 상대에게 반드시 전하려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빼어난 문장, 화려한 문장, 품격 있는 문장이라는 것은 없다.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이라는 이상(理想)만 있을 뿐이다. p.158
5. 결국 아이디어란 언제나 직감적으로 떠오르는데, 직감이란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머리를 쥐어짜는 것’, 그러니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몰두의 연장선 위에서만 작동한다. p.167'비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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