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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게 정상이야> -윤태웅-비소설/국내 2023. 11. 17. 14:08
1.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집에 나오는 지남철(나침반)의 비유를 떠올려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지남철은 바늘 끝이 늘 불안스럽습니다.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고장 난 지남철의 바늘 끝은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쪽이 남쪽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듯 말입니다. 학생 땐 흔들림 없이 확신에 가득 차 있던 선배들이 부러웠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몰라 더듬대고 버벅거리던 제 모습이 불만스럽기도 했고요. 시간이 꽤 흐른 뒤 신영복 선생의 시화집을 보고 나서야 저는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떨리는 게 정상이야!” 물론 지남철의 비유는 무지에 대한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온전한 지남철은 마구잡이로 떨지 않습니다. 남쪽이라는 구체적인 지향점이 있지요. 그런 떨림을 유지하라는 건 정체되지 말라는 요구입니다. p.27
2. 과거의 해법을 새로운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을 일컬어 속된 말로 꼰대라 하는 모양입니다. p.28
3. (...) 다음 두 사람을 떠올려보지요. ㉠ “나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를 쓰고 있고, 실제로 항상 객관적이다.” ㉡ “나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를 쓰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편향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처럼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을 먼저 신뢰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에 저는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게 편향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걸 경계하는 게 더 성찰적인 자세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편향은 예외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늘 일어나는 일입니다. p.137
4. 국정원의 2012년 대선 불법 개입에 문제를 제기했을 땐 대선 결과에 복종하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과정의 부당함을 말하는데, 결과에 복종하라고 합니다. 과정의 부당함은 설령 크게 결과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진 않았다 하더라도, 말 그대로 옳지 않은 일입니다. p.178
5.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입니다. 전체주의 국가란 북한처럼 국민에게 유일사상을 주입하는 나라를 뜻합니다. 이에 반해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립의 근거로 삼습니다.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는 게 정상일 뿐만 아니라 발전의 동력임을 인정하는 정신이지요. p.186
6. 저의 행동 가운데 제가 비판한 타인의 행동과 논리적 구조가 같은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논점입니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시선으로 자기 자신도 바라보려 하자는 것입니다. p.275
7. 자신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목줄 없는 개 주인을 비판하며 커피 들고 버스에 올랐던 어떤 공학자처럼 말입니다. 그런 일이 거듭되지 않도록 돌아볼 필요가 늘 있습니다. 성찰은 일상의 과제입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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