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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김서령-
    비소설/국내 2023. 11. 20. 13:10

     

     

    1. “또 비가 와. 너는 안 오고.” p.39

    2. “아이고, 요 녀석아. 겨울에는 쉬어도 된단다. 우리네 사람들, 겨울에는 다 군불 땐 아랫목에 앉아서 고구마나 까먹으며 밤을 보내는 거다. 그건 나쁜 게 아닌 거다. 겨울인데, 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겠느냐. 어차피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 내가 내 몸을 부려서 겨울 내내 일을 시킨들 땅에서는 아무것도 크지 않고 내 몸만 힘들 것을. 그 찬바람을 왜 옴팡 맞고 있느냐. 겨울에는 방에 앉아라. 이불 덮고 앉아서 고구마나 까먹는 게 맞는 거다. 아무도 너를 나무라지 않는다. 그래도 되는 거니까 말이다. 게으른 게 아니라 쉬는 거다. 우리는 살자고, 한번 재미나게 살아 보자고 세상에 온 게 아니더냐. 그런데 네가 고되면 어쩌겠지. 고되어서 사는 게 즐겁지 않으면 어쩌겠니. 제 몸을 편하게 누이고 스스로 쉬게 하는 것이 맞는 거다. 그래서 봄이 오면, 따뜻한 날이 오면 다시 일어나 밭을 갈면 되는 거다, 요 녀석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구나. 괜찮다. 괜찮아질거다. 봄이 다 온다. 누가 막아선다고 안 오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봄 데리고 온다. 괜찮다......" p.55

    3. “서령아. 딸이란 게 남자한텐... 참 특별하다”

     “어떻게 특별한데?”

     그가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나한테 내 딸은... 최후의 여자야.” p.63

    4. 나야말로 엄마에게 미안하단 말을 못 했다. 마음 졸이게 해서 미안해, 안쓰러운 마음 들게 해서 미안해, 엄마. 그 말을 못 해서 더 미안하지만 어쩌면 앞으로도 못 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희한하게도 “엄마!” 부르기만 해도 저기 등뼈에서부터 서늘하고 짠한 기분이 올라오니 말이다. p.75

     

    5. 우주야, 하고 부르면 아기가 돌아본다. 조그만 눈과 코와 입술이 반짝인다. 우주야, 부르는 소리를 따라 반짝이는 그것들이 숱한 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씨앗처럼 반짝이는 아기의 배꼽과 발가락, 그리고 머리카락.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라는 이름은 참 예쁘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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