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나카지마 요시미치-
    비소설/국외 2023. 11. 24. 14:22

     

     

    1. 복수한 이상,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신이 져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는 겁쟁이는 복수 따위 해서는 안 된다. 복수는 이처럼 살금살금 하는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게다가 이후의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질 각오로 해야 한다. 그것이 건전하고 아름다운 복수다. p.61

    2. 당신이 미움 받을 때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직관했을 때는 우선 ‘그런 일도 있구나’하는 의연한 자세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대개 상대는 충분히 친밀하지 않으므로 일단은 짐작 가능한 원인을 생각하고,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면 필요 이상으로 매달리지 말고(노이로제가 되면 손해다), 겉으로는 마치 미움 받고 있지 않은 듯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안 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안 보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여기서부터는 상식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또는 상사에게 그 상대와의 차가운 관계를 털어놓고, 언제까지나 영원히 상대와 서로 미워하면서도 대등하게 지내는 기술을 수련해가야 한다. pp.138-139

    3. 스피노자는 “그릇된 관념에 속하는 적극적인 것은 참된 개념이 나타나도 그것이 참이라는 것만으로는 조금도 제거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어디까지나 옳은 말이다. 요컨대 내가 어떤 사람을 그 속성 때문에 미워할 경우, 거기에는 엄청난 오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모두 오해임을 안다 해도(일반적으로)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기보다 여전히 미워하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남편에 대한 아내의 경멸에서 상세하게 말했듯이, 긴 시간을 들여 미움의 원인을 그 사람의 속성에서 ‘그 사람’ 자신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찌하면 좋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실제로는 싫어도) 마치 싫어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행동도 무리하게 하면 폭발할 우려가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그 사람을 좋아하려는 건 포기한다. 둘째, 미움을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셋째, 되도록 거리를 두어 다시 미움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걸 피해야 한다. pp.154-155

    4. 신데렐라를 미워하는 건 왕이나 왕비가 아니라 오히려 궁전의 하녀들이다. 요약해보면, 상류 사회에 도달한 기세등등한 사람은 비슷한 이유로 밑바닥에서부터 갖은 고초를 겪어 성공한 사람을 미워한다. 타인의 응석을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이 응석을 부리고 싶은 사람이다. 교양 없는 사람을 싫어하는 건 자신이 딱 그 직전까지 교양이 없는 사람이다. 미인은 추남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는다. 추남을 싫어하는 건 추녀이다. p.162

    5. 서로 미워하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 오히려 타인에 대한 따뜻하고 관대한 태도가 생겨난다. 타인을 미워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 타인으로부터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것은 유지하기 어려운 기대이고, 작은 진동에도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오히려 인간 불신에 빠지고 만다.

    반대로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 건 당연하고, 타인으로부터 미움 받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태도를 바꾸면, 의외로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또는 의외로 미움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감동한다. ‘어렴풋한 미움’은 그것을 발산시킬 수 없을 때 원념으로, 원한으로, 증오로 이행한다. 이 매커니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가벼운 상태로 ‘미움’을 공공연하게 발산하고 있다. p.19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