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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김민철-비소설/국내 2023. 10. 24. 10:42
1. 그렇다. 이 집은 우리의 선언이었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 비싼 동네에 비싼 집을 사고 그게 오를 거라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 빚을 갚으며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는 삶에 대한 거부, 우리 깜냥의 대출을 받아서 오를 거라는 기대도 없이 나중에 부자가 될 거라는 희망도 없이 지금 잘 꾸며놓고 지금 잘 살겠다는 선언.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우리 둘이 괜찮으면 괜찮다는 우리 삶에 대한 선언. p.29
2. 하지만 로마의 그 카페를 나서면서는 내 마음이 좀 달라졌다. 아니,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 아니라 인사였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아니, 내 기분이 좋아지는. 그 인사 하나가 도대체 뭐 어렵다고. 마을버스를 타면서 기사님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기사님이 혹시라도 받아주면 나까지 덩달아 기분 좋은데 인사를 안 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그 인사가 진심이 아닐 이유는 또 뭐가 있다고, 사람과 사람이 만났으니, 미소 1그램과 진심 1그램만 더 담아서 인사를 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인사를 처음 배우는 두 살짜리 꼬마처럼, 서른아홉 살이 되어서야 겨우, 안녕하세요. p.99
3. 그 영역을 굳이 함께 즐기려 하지는 않는다. 남편도 나도. 어쨌거나 각자에겐 각자의 행성이 필요하니까. 누구의 이해도 필요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행성. 우리 각자는 그 행성 안에서 안전하다. p.119
4. "그럼 너무너무 싫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음... 그냥 무시해요.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 줄 마음이 어디 있어요.” p.156
5. '이론이 변화할 때나 붕괴할 때, 국민적, 종교적, 경제적 사고의 좁은 뒷골목과 학파와 사상이 성장할 때와 허물어 질 때, 인간은 손을 뻗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고통스럽게.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면서. 일단 앞으로 발을 내디딘 후 뒤로 미끌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 봤자 반 발짝 물러설 뿐이다. 결코 한 발짝을 온전히 물러서는 법이 없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존 스타엔 벡, 《분노의 포도》中-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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