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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심리학> -발터 슈미트-
    비소설/국외 2023. 12. 8. 13:06

     

     

     

    1. 남성들이게는 직위에 대한 존중과 권리의 주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남성 상사의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는 남직원은 지뢰가 묻힌 지역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우선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크를 한 다음 들어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림으로써 그 공간의 주인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상사가 여성이라면 약간 다른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 페터 모들리의 말에 따르면, 무심히 자료를 펼쳐놓은 채 일에 열중하던 여성 상사가 자신을 찾아온 남직원에게 그냥 들어와서 바로 의자에 앉아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 남직원은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상사의 영역을 정복하기라도 한 듯이 느끼는 것이다. 이 순간 여성 상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긴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경솔하고 거리낌이 없어지는 그 남직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페터 모들리는 영역이나 서열 표시 같은 것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것이야말로 큰 실수라고 주장한다. 영역을 드러내는 행동과 태도는 일종의 외국어 같은 것으로, 배우고 익혀서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매우 유익하다고 그는 덧붙인다.

     직장이나 업계의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이라면 경계를 침범하거나 무시하는 타인의 태도를 결코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pp.41-42

     

    2. “사랑하거나, 바꾸거나, 아니면 떠나라!”라는 슬로건처럼, 또는 마음을 비우거나 바꾸거나 시원하게 끝내라라는 독일 격언처럼 말이다. p.69

    3. “깊은 슬픔에 짓눌려 있을 때는 동굴 속 깊숙하고 좁은 곳을 찾아 들어가고, 기쁨에 차올라 있을 때는 그 기분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넓은 곳을 찾는다. ‘두려움(Anget)’이 원래 심장을 옥죄는 듯한 비좁은 느낌에 뿌리를 둔 말로, 공포에 빠진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점점 조여들며 행위의 여유 공간을 앗아간다. 바닥을 향했던 시선을 점차 위로 향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의 공간도 확장된다. 그러고 나면 피난처로 삼았던 장소를 떠날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사람들이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오토 볼노브) p.143

    4. 외관, 전면이라는 뜻의 단어 파사드(facade)’는 원래 얼굴을 뜻하는 라틴어 ‘facies’에서 왔다. p.182

    5. 완성된 성 안에서 평평한 주위를 내려다보면 조망과 은닉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을 뜻하는 독일어 부르크(burg)’에는 감추다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적의 공격으로 성이 위험해지면 성 안의 사람들은 모두 성벽 위 망루로 올라가 사다리를 걷었다. 이런 경험의 정서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왔는지 옛 성을 찾은 여행객들은 일부러 망루까지 올라가 시원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상쾌한 절경을 즐긴다. p.217

    6. 바다에서라면 무한대의 수평선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겠지만, 산꼭대기에서라면 그 순간만큼은 우주만물이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듯 느껴진다. 장엄하게 솟은 전망대에서 발밑으로 펼쳐진 땅을 내려다보면 저 아래에서 살며 내가 겪는 모든 일상의 고민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산 아래의 문제들은 이제 별것도 아니며 다 잘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 그러나 정작 산을 내려가 평평한 땅을 디디고 나면 부풀었던 마음이 어느새 본래대로 돌아온다. 이 영혼의 쓰라림을 어루만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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