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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비소설/국내 2023. 12. 8. 13:33
1. 유머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 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렇게 넓혀 놓은 공간에 경직된 당위를 해제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어서고, 근시안적으로 보면 엉뚱해 보일지 모를 해결책을 찾아내는 창의성도 들어선다. 여유는 세상과 더 잘 지내기 위해 개인들이 애써 확보해야 할 공간이다. 그 여유 공간 속에서 날선 감정들은 희석된다. 그리고 그 안에 유머가 채워진다. (유지원) pp.62-63
2.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적을수록 낫다(Less is more)”는 경구로도 유명하다. 이 건물 안에서 나는 이 ‘레스(less)’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체득한 것 같았다. 그 ‘레스’는 덜어 내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고도로 집약되어 최후까지 남은 것이었다. 바닥과 기둥과 벽과 지붕이 모두 완벽하게 정확한 위치에 있었다. 한 치도 더 덜어 낼 것 없는 그 용감한 합리성이 상쾌했다. (유지원) p.148
3. 재료를 영어로는 ‘머티리얼(material)’이라고 한다. 물리 세계에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면 그 표면은 질감을 갖는다. ‘머티리얼’의 어원은 모든 것을 낳는 어머니인 라틴어 ‘마테르(mater)’에서 왔다. 한편, 다소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형상인 ‘패턴(pattern)’의 어원은 아버지인 라틴어 ‘파테르(pater)’다. 어머니 ‘재료’와 아버지 ‘형상’은 우리의 눈에 하나로 섞여 감각되고, 우리의 뇌에 지각되어, 마침내 우리로부터 ‘감정’이라는 자식을 배태해 낸다. (유지원) pp.150-151
4.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둠을 기억하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中) (이상욱) p.171
5. 가치는 인간이 임의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상욱) p.191
6.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왜 수학과 예술이 존재하는지 설명해준다. 우주는 인간의 언어와 이해 방식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방식으로 기술된다. 인간은 수학과 언어로 기술할 수 없는 것을 예술로 표현한다. 그래서 예술은 언어로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분석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이 언어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예술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진짜 놀랄 일은 우리가 언어를 가지고 이 정도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욱) p.222
7. 구에 중심이 있지만 표면에서는 중심을 볼 수 없다. 지구상에서 땅속 깊숙이 있는 지구의 중심을 볼 수 없지 않는가. 이처럼 지구라는 구의 표면에만 사는 우리에게 세상의 중심은 없다. 구 표면의 모든 점은 중심으로 거리가 일정하다. 중심으로부터 모든 점을 향하는 방향은 동등하다. 구에서 특별한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즉, 구 표면의 모든 장소는 평등하다.
(...) 중력과 전기력은 모두 구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별과 행성뿐 아니라 원자도 구형이다. 인간이 사는 이 세상은 구형의 원자가 모여 삼라만상을 이룬다. 이 세상에 천상의 물질이나 생명의 기운 따위는 없다. 입체파 화가들이 다른 방식으로 깨달았듯이 모든 존재는 평등하게 원자로 되어 있다. 그 모든 것들은 구의 정신을 오롯이 품고 있다. 편명해 보이는 세상의 저 깊숙한 곳에 구의 중심이 있어, 세상의 모든 곳은 평등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상욱) p.298
8. 렘브란트의 「프란스 바닝 코크 대위와 빌럼 판 루이턴뷔르흐 중위가 이끄는 민병대」(한때 ‘야경’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불렸다)는 원래 밤이 아니라 낮을 그린 것이다. 렘브란트가 사용한 물감에 들어 있는 납과 황이 결합하여 흑변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 때문에 그림이 어두워진 것이라고 한다. (이상욱)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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