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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소설/국외 2023. 12. 11. 10:11
1. 가면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본 얼굴이 죽는 것은 아니다. 본 얼굴이 일시적으로 숨겨질 뿐이다.
그러나 가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본 얼굴이 되어버렸다면? 다른 얼굴이 옛날의 본 얼굴을 덮는다면? 덮인 본 얼굴은 끝내 되돌아오지 않을 테지. 그것은 본 얼굴의 변질이다. pp.89-90
2. “단지 함께 걸어가는 것뿐이지, 각자가 고독하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는 피붙이나 친구들은 편대를 이루고 날아가는 비행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대를 이룬 비행기?”
“그렇습니다. 어떤 비행기에 고장이 생기거나 또는 비행사가 부상을 입고 비행불능이 되어도 함께 가던 비행기가 대신 조종해 줄 수는 없습니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옆으로 다가서서 격려를 하는 정도지요.”
“그래도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실질적으로는 그런 격려는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아무리 격려해 보아야 비행기의 고장이 고쳐질 리도 없고, 비행사의 몸이 회복되는 것도 아닙니다. 비행기를 계속 날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혼자밖에 없는 겁니다.” pp.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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