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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김경일-
    비소설/국내 2023. 12. 11. 10:23

     

     

    1. 인지심리학은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 무수한 상황들의 힘을 연구해서 얻은 인지심리학자들의 결론은 한결같습니다. 능력보다 무섭고 강한 것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의적 인재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큰 차이가 관찰되는 곳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창의적일 수 있는 상황과 평범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둘 사이에 있는 차이는 실로 엄청납니다. p.7

    2.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의적 인재’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나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상황에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란 표현만 씁니다. 그게 더 무섭거든요. 그리고 그 상황의 힘은 바로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낯설음’이죠. 그 낯설음은 언제 나와요? 생각의 순서와 시간과 간격을 벌릴 때 나옵니다.

     (...) 무슨 얘기냐 하면, 가위를 집 안에서 보면 뭐하는 물건인가요? 물건 자르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가위를 들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사장에 가져가면, 그 가위로 못을 박을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한 자리에 고인 물처럼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pp.74-77

    3. 원트want와 라이크like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원트와 라이크를 구분하지 않고 씁니다. 그런데 이 원트와 라이크를 구분하지 못하면 내가 무엇을 가져야 행복하고 지혜로워지는지 알기가 힘듭니다. 원트와 라이크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 드릴게요.

    원트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원하다’입니다. 순도 100%짜리 ‘원하다’는 내가 그것을 안 가지고 있는 상태,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라이크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좋아하다’죠? 라이크는 그것을 가지느냐, 안 가지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과 오래 같이 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트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그런데 라이크는 지금 이 순간이 문제가 아니에요. 그거랑 오래 가고 싶다는 거니까요. 우리가 강렬하게 원트를 느낀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나를 불편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트와 라이크, 둘 중 하나가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른바 라이크 없는 원트, 원트 없는 라이크이지요.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그 사람이 무언가를 굉장히 원하면 자동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해 왔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굉장히 좋아하면, 내가 그걸 갖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가지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그 두 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낭비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헛수고를 하며 살아갑니다. pp.123-124

    4. 인간의 욕망은 두 가지 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바라고 소망하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는 욕망입니다. 이걸 인지심리학자들은 접근 동기라고 부릅니다.

     (...) 다른 하나는 내가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혐오하는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는 모든 종류의 감정입니다. 이걸 인지심리학자들은 회피 동기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욕망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이 두 욕망을 적절히 자극하면 사람은 보다 좋은 겨로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접근 동기는 라이크를 만들어 내고, 회피 동기는 원트를 만들어 냅니다. 접근 동기는 바라고 소망하는 것을 가져서 무엇인가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회피 동기는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을 막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pp.140-141

    5. 길게 해야 하는 일, 다시 말해 그 결과나 결실을 먼 미래에나 볼 수 있는 일은 접근 동기를 건드려야 합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나든, 타인이든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일을 오래 하게 만들려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라이크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접근 동기를 주고받으려면 그 사람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게 만들려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를 건드려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뭘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pp.148-149

    6. 1년은 긴 시간일까요? 짧은 시간일까요? 어떤 사람에게는 길고, 어떤 사람에게는 짧습니다. 바로 여기에 두 사람만 모이면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뉘는 기준은 바로 경험과 연령입니다.

    얼마나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열일곱 살인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야지’란 결심을 합니다. 그러자면 최소 3년은 열심히 공부해야겠지요? 그런데 이 아이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영겁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10대는 세월이 시속 10km로 가잖아요. 그런데 이 학생을 늦둥이로 낳아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엄마는 50대 초반입니다. 세월이 시속 50km로 가요.

     학생은 접근 동기를 자극하고 싶은데, 그 시간을 5분의 1로 짧게 느끼는 엄마는 회피 동기를 자극하죠. “너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 전문용어도 사용합니다. “잉여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살신성인도 합니다.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 pp.150-151

    7.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우리’ 사회입니다. 그 말은 회피 동기가 강한 사회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생각과 행동을 ‘~되지 않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그것만큼은 막으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회피 동기가 강하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나쁜 걸 막아 내고 그 일만큼은 안 일어나게 하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니까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이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만 너무 잘 알아요. 뭘 좋아하는지는 모릅니다. p.155

    8. 생각을 꺼내는 단서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아세요? 여러 가지 내용을 같은 장소에서 공부하지 않는 거예요. 여러 가지 내용이면 그만큼 다양한 데서 공부하고 경험하는 겁니다. 그러면 단서가 여러 곳에 분산이 되어서 잘 떠오르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한 장소에서만 공부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방법입니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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