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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에 관하여> -정여울-
    비소설/국내 2023. 12. 13. 13:37

     

     

     

    1. 마흔 이후의 삶은 우리 삶의 어엿한 일부이자 가장 빛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20대처럼 뭐든지 서두르느라 허둥지둥 불안하지도 않고, 60대 이후처럼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마음만 앞서지도 않는다. 중년은 육체의 젊음영혼의 지혜를 동시에 간직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의 마지막 시기인 것이다. p.6

    2. 누군가 나에게 마흔의 기쁨을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마흔은 내 안의 숨은 잠재성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나이라고.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잘하지 못해도 좋고, 재능이 부족해도 좋으니, 오랫동안 꿈꿔오던 그 무엇을 꼭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의 심정으로 배워볼 만한 나이라고. 더 이상 이게 과연 내 적성에 맞을까, 내가 과연 이 일에 재능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과도한 질문을 퍼부으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좋은 나이. 이 나이쯤 되면 독학도 두렵지 않고 선생님의 꾸중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두렵지 않으므로 모르는 것이 있어도 예전처럼 눈치 볼 것 없이 꼬박꼬박 담담하게 물어보게 된다. p.28

    3. 삶은 한 번뿐이지만,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매일매일 있다고. 삶이 한 번뿐이라고 해서 선택조차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오늘의 선택이 틀렸다면, 내일 용기를 내서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너 자신에게 있다고. p.34

    4. “사람은 종종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그들을 용서하라. /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뭔가 이기적인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베풀라. / 성공하면, 가짜 친구 몇 명과 진짜 적 몇 명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 오늘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 (...) /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돕고 나서 오히려 공격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도우라. / 세상에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내줘도 면박만 당할 것이다. 그래도 최고의 것을 내줘라.” (켄트 M. 키스 《역설적인 계명들》) p.71

    5. 혼자 있는 시간의 소소한 기쁨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사랑이나 연애 같은 강렬한 단어가 아닌 우정이나 친절, 호의 같은 좀 더 담담한 단어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사랑이 없는 시간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말갛게 라는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p.79

    6. 예전에는 거절의 기준점이 나의 바깥, 즉 타인의 인정이나 외부의 시선에 있었다면, 이제는 내 안에 있다.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애쓴다. p.80

    7. 낯가림을 탈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다.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디테일에 대한 작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다. “지금 쓰고 계시는 그 볼펜이 참 예뻐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소풍이라도 가고 싶어요.” “오늘 옷 색깔이 이 장소와 참 잘 어울려요.” “이 책은 제 인생을 바꾼 책이에요.” 상대방은 나의 이런 미숙한 말 걸기에 서린 안간함을 알아봐주고, 나보다 더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대꾸를 해주곤 한다. p.92

    8. 나는 누군가의 아주 작은 장점조차도 커다란 가능성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사람, 비평을 할 때조차도 비판보다는 칭찬을 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p.125

     

    9. 지독한 예민함을 사려 깊은 섬세함으로 바꿀 줄 아는 나이, 오래전 누군가에게 상처 입었던 기억 뒤로 숨기 바빴던 소심함을 딛고 일어나 상처와 맨몸으로 대면하는 용기를 낼 줄 아는 아이. 그것이 나에겐 마흔의 축복이니까. 이런 마흔이 좋다. 이런 나이 듦이 아름답고 고맙고 애틋하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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