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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정한 삶> -김경일-
    비소설/국내 2023. 12. 15. 15:21

     

     

    1. 잘 연마된 도구처럼 섬세하고 재빠르게 다가오는 불안 심리와는 대조적이다. 싸한 느낌, 께름칙한 기분, 찝찝한 감정, 뭔가 좋지 않은 기운 등. 불안한 각종 상황에 맞춰 우리의 모든 감각은 정밀한 안테나처럼 작동한다. 그에 비해 만족은 표현할 단어조차 몇 개 안 된다. 스스로 만든 결과물을 보며 됐어, 완벽해! 정말 환상적이야!”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때가 얼마나 되는가. 늘 부족한 느낌에 조금 더 손보다가 더 안 좋아질 때도 많다. pp.6-7

    2. 만약 지금 우울 속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면 호르몬의 장난에 꺾이지 말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시길. 두 다리의 근육을 이용해 조금씩 걷고, 손가락을 움직여 집에 쌓인 먼지를 닦아 보길 바란다. 오래되고 쓸모없는 파일을 과감히 삭제하면서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강하다. p.39

    3. 상대의 분노를 컨트롤하고 싶다면 현재의 사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 땐 타임머신을 타고 분노의 원인이 발생한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에 해결의 열쇠가 숨어 있으니 말이다. p.47

    4.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랫동안 몸에 익어 온 습관을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고치고 싶다면 나쁜 습관 위에 좋은 습관을 덮어씌우자. TV를 보면서 무언가를 계속 먹는 습관이 있다. 그 손을 그대로 둔다면 습관을 저절로 고칠 수 없다. 음식 대신 다른 것을 집게 하자. 그 손으로 빨래를 개거나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나쁜 습관을 사람의 의지로 없애는 것은 허황된 착각이라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나 타인의 지시로는 충분하지 않다. 약간의 넛지(팔꿈치로 쿡 찌르는 행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외부의 간섭)가 필요하다. pp.100-101

    5. 리더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내길 때도 마찬가지. 오늘 완수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다면 오전 중에 할 일 하나, 오후 3시까지 끝낼 일 하나, 6시까지 완수해야 할 일 하나로 나눠서 알려 주면 어떨까? 회의도 웬만하면 짧게 자주 하는 게 좋다. p.107

    6. 알아들었냐는 질문은 상대의 질문을 막는다. 그런데 미군의 지휘관들은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질문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말이 끝난 후 상대에게 이렇게 묻는다.

     “Am I clear?”

     네가 이해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본인이 제대로 설명했는지를 묻는다. 말 그대로 조언을 얻는 화법이다. pp.167-168

    7. 모바일과 피씨마다 열려 있는 메신저 창의 개수를 보자. 그 창의 개수만큼의 역할과 자아를 요구받는 게 아닐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은 역할과 자아로 살아 나가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의 확장성이며 인류에겐 처음 맞이하는 현상이다. p.196

    8.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무언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며 자연스럽게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호감이 생기도록 만드는 심리학적 실험 또한 존재한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는 비즈니스 계약을 앞둔 시점, 상대방이 미팅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것 좀 도와주시겠어요?”라며 작은 박스를 옮기도록 유도했을 때, 이후 계약 또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서 그의 머릿속엔 앞으로의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심리가 생긴다. 상대에게 작은 도움을 청하는 것이 그를 완벽히 편안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호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p.276

    9. 안 그래도 불안도가 높은 현대 사회다. 게다가 팬데믹은 가까운 미래의 예측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불안이 클수록 사람들은 인색해진다. 사람을 조심하고 타인을 경계하며 더욱 불안해한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도움을 나눠 주는 것에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p.277

    10. 프랭크퍼트는 분명하게 말한다.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것이 개소리라고. 거짓말쟁이는 자기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반대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진심이다. 늘 온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당당하게 개소리를 생산해 왔다.

     (...) 어쨌든 트럼프 덕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리학자들이 개소리를 연구하느라 바쁘다. 그 덕에 어떤 사람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가, 어떤 사람이 개소리를 주로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결론은 나왔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믿기 싫은 이. 정부가 코로나 검사 결과를 조작하여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믿고 싶은 이가, 코로나는 간첩의 바이러스 테러라고 믿고 싶은 이가, 그 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다.

     (...) 페니쿡의 연구팀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개소리에 현혹되는지 실험을 했고 몇 가지 공통점을 뽑아냈다.

     · 종교적 신념이 비뚤어지게 강한 자

     · 이상향에 대한 강박 관념이 강한 자

     · 부적절한 신념이 강한 자

     · 지적 수준이 낮은 자

     ·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열심히 살면 다 된다고 믿는 자. pp.283-285

     

    11. 낙천적인 사람은 타고나지만 낙관성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낙관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은 이 둘이 결부된 상태를 확신이라고 부른다.

     확신은 곧 우리의 미래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강한 믿음이다. 이 믿음은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현실을 헤쳐 나가는 행동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p.336

    12. 감사는 타인에 대한 의무감을 증가시킨다. 감사할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진 빚을 갚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불필요한 빚을 더 이상 지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런 생각들은 작은 이익 때문에 누군가를 속이는 일을 막아 준다. 그러니 더 공정하고 정직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결론은 단순해진다. 인위적으로 떠올린 감사함에도 시련을 극복할 힘과 정직한 태도가 생겨났다. 그러니 실제로 서로에게 고마워한다면 그 효과는 어떻겠는가. 자주 감사를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공동체가 더 건강해질 거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pp.344-345

    13. 성 역할과 관련하여 극단적인 갈등이 존재하는 사회를 예로 들어 보자. 이곳 구성원들에게선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흔히 감사하지가 아니라 당연하지라고 말한다. “여자로 태어났으니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하지.” “남자로 태어났으니 군대 가는 게 당연하지.” 이와 같은 말들은 한국 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들어 온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역할을 나누었으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그 확실한 사회 분위기와 고정관념이 시간이 흐른 오늘 날에 와서 혼란과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본다.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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