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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괜찮은 사람> -김혜진-
    비소설/국내 2023. 12. 27. 11:30

     

     

    1. 그가 말했다. 자주 어두운 곳에 살더라도 밝은 무언가를 바라보며 살아가다 보면 우리에겐 결국 바라던 그때가 온다고.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힘껏 너의 젊음을 고민하고 앓으면서 마치 내가 정답인 것처럼 살아가라고. p.21

    2.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나의 아이야, 네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겠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떠나간 그즈음에도 그랬고 눈을 감던 어젯밤에도 내내 베갯잇을 서성거렸단다. 삶에서 넘어질 것 같으면 이곳으로 와도 된단다. 두 팔을 벌리고 너를 가득 안아줄 품이 되어줄 테니. 이곳은 너를 위한 곳이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p.46

    3. 내 성격이 착해서 받아줬다기보다 다툼이 싫으니 일방적으로 내 감정을 무시했던 거고, 아무것도 몰라서 웃었던 게 아니라 관계가 틀어지는 게 복잡해서 모른 척 웃어넘긴 거였다. 어느새 나는 지나치게 고분고분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내 감정을 무시했던 결과는 저만치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의식의 저편에서 늘 응어리져 있던 마음을 외면하는 게 더 수월했다고 하지만, 실은 그저 겁이 많은 사람이었던 거다. ‘이러는 게 마음 편해하며 합리화하기엔 지나친 배려의 대가는 칼날이 나를 향할 때가 더 많았다. p.135

    4. 운다는 것은 연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쌓인 감정을 비워내는 일이다. 울음은 잠시 멈춰서서 나아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매는 행위, 곧 다시 나아가야 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발돋움이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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