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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김민섭 외 6인-
    비소설/국내 2023. 12. 27. 15:01

     

     

    1. 책임지지 못 할 일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나는 그게 시작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 때,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어떤 긴 선을 그리려고 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았어야 했다. p.95

    2. 순간의 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 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디디지 말아야 할 때 사이에서. p.96

    3. 삶이란 아마도 그렇게 어떤 날씨들과 함께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무엇이 아닐까 싶다. 삶이라는 것에 그 외의 대단히 이루어야만 하고 도달해야만 하는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비 오는 오늘, 혹은 약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맑은 어느 봄날, 추운 겨울 찬바람을 피해 황급히 들어갔던 어느 따뜻한 설렁탕집, 에어컨 아래에서 수박을 잘라 먹던 어떤 어제만이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나가고, 또 그와 같은 날에 다시 기억으로 돌아오고, 그리워하고, 또 다른 그리움을 쌓아 나가고, 살아 내는 일이 삶 내내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 외에, 삶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 본다. 아마 삶은 그 바깥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워할 오늘 외에, 별다른 곳에서 만들어 낼 만한 무엇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또 오늘에 충실한 법을, 오늘 그리워하는 법을 매일 배워 나가야지, 생각한다. pp.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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