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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딴생각> -박찬휘-
    비소설/국내 2023. 12. 29. 15:06

     

     

    1. 미처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그게 답안지 작성의 규칙이다. 그림도 그렇고 글을 쓰는 일도 그렇고 손을 뗄 땐 과감히 떼어야 한다. 아버지는 늘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펜을 내려놓을 때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 했다. p.5

     

    2. 각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이 사소함을 이해하다보면 누군가의 이야기는 다수가 따라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 즉 문화가 된다. p.42

    3.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탄소라는 동일한 원소로 태어났다. 단지 결정 구조의 차이로 인해 안타깝게 다른 빛깔을 지닌 운명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것에 가치를 놓고 보느냐에 따라서는 연필이 보석보다 더욱 숭고하기도 하다. 보석은 인간이 규정한 물질의 가치 속에서만 빛을 발하지만, 흑연은 사랑을 쓰기도 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기록해 인류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발명품들도 연필 끝에서 그려진 그림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가?

     이제 한번 더 명확해졌다. 연필에 담긴 뜻은 공부가 아니다. 연필은 희망이다. p.67

    4. (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그린 대로 좋은 것들만 찾아 잘했다고 응원해줄 뿐이었다. 다만 단 두 가지만은 나중에 그림을 잘 그리게 되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늘 강조해주었다. 하나는 먼저 종이의 바탕은 빛이 가진 가장 밝은 흰색이므로 가장 밝은 부분은 늘 남겨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케치를 할 때면 선을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몇 개의 선만으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선 과감하게 선을 긋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이 틀리게 그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쭉쭉 선을 그어 연습하면 나중에 내가 긋고자 하는 선을 적재적소에 그려넣을 수 있다고 했다.

     넓은 종이 위에 단 몇 개의 선만으로도 내가 그리고자 하는 바가 확연히 보여야 하고, 선 위에 색이 입혀질 때는 밝은 부분은 밝은 대로 남아 있어야 내 생각을 옳게 말하는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선은 바로 경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실제의 사물은 선으로 경계가 나뉘어 있지 않다. 색으로 인해 분리되거나 원경과 근경을 통해 앞과 뒤를 구분한다. 즉 선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물의 경계를 인위적으로 드러낸다. 특징적인 부분은 보다 짙고 굵은 선으로 강조된다. 경계를 더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특징을 강조하려 선을 긋는 것인데, 주변에 잡다한 선들이 함께 존재한다면 무엇이 주제인지 식별이 불가능해진다. p.72

     

    5. 검은색은 모든 빛을 그냥 반사시키지 않고 전부 뭉쳐버려서 검게 보이는 것이고 흰색은 전부 반사시켜 튕겨버리니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조명을 바꾸면 더 이상 빨간 상과가 아닐 수도 있고, 조명을 다 꺼버리면 모든 것이 검게 변한다. 이렇게 색은 고집스럽지 않고 상대적이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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