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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비소설/국외 2023. 10. 26. 18:53
1. 이 세상에 사는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완전히 고립되어 존재할 수가 없다. 자연스레 타인과 교류할 필요가 어디선가 생겨난다. 계절 인사, 용무와 관련된 상담, 그리고 한결 복잡하게 뒤얽힌 담판 -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기란 아무리 담백한 생활을 보내는 나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뭐든지 남이 하는 말을 곧이듣고 그들의 모든 언행을 정면에서 해석해야 하는 걸까. 타고난 이 단순한 성질에 자신을 내맡긴 채 돌보지 않는다면, 때때로 엉뚱한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뒤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신의 면전에서조차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타인은 모두 닳고 닳은 거짓말쟁이들뿐이라 여겨 애초부터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고 마음도 주지 않는 대신, 그 이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반대 의미만을 가슴에 담아 두고,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하며 그곳에서 안주할 땅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자칫 남을 오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엄청난 과실을 범할 각오를 처음부터 가정하고 시작해야만 한다. 때로는 필연적인 결과로서 죄 없는 타인을 모욕할 정도로 두꺼운 얼굴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일이 곤란해진다.
만약 나의 태도를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으로 정리해 버린다면 내 마음에는 다시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나는 나쁜 사람을 믿고 싶지 않다. 그리고 또한 착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상처 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은 죄다 악인도 아닐뿐더러 모두 선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의 태도도 상대방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pp.93-94
2. 자그맣게 빈둥빈둥 지내고 싶다.
밝은 게 좋다. 따스한 게 좋다.
성격은 신경과민한 편이다. 세상사에 대해 지나치게 감동하여 곤혹스럽다. 그런가 하면 또 신경이 둔감한 구석도 있다. 의지가 강해 억누르는 힘이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완전히 신경 감각이 둔한 부분이 어딘가에 있는 모양이다.
세상사에 대한 애증은 많은 편이다. 가까이 두고 쓰는 도구에도 마음에 드는 것과 싫은 게 많으며 사람이라도 말투나 태도, 일 처리 방식 등에 따라 좋아하는 사람과 싫은 사람이 갈린다.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에 대해선 머잖아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pp.123-124'비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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