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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비소설/국외 2023. 11. 1. 11:23
1. 그런데 더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조바심을 내는 것이 우리가 겨우 여가 시간을 누리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여가 시간에도 서두르고 바삐 움직이는 것이 일을 할 때보다 신경을 덜 쓴다거나 덜 피로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빠르게’가 되었다. 그 결과 쾌락은 점점 더 많아졌지만 즐거움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p.13
2. 정해진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10시간 정도 푹 자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고 나면 자느라 소비해 버린 시간과 그로인해 잃어버린 쾌락을 대체할 만큼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다. p.16
3. 단지 무엇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사소한 기쁨을 느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꽃이나 열매에서 나는 아주 특별한 향기를 맡는다든가, 눈을 감고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는 것이라든가,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경험 같은 것 말이다. 어떤 노랫말을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소한 일들과 그로 인해 얻은 작은 기쁨들을 하나하나 꿰어 우리의 삶을 엮어 나간다. p.20
4.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대개 그러하듯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쾌락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p.57
5.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p.59
6.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잘 이겨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라는 말과 같다. 고통을 통해 힘이 솟구치며 고통이 있어야 건강도 있다. 가벼운 감기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지는 사람은 언제나 ‘건강하기만’한 사람들이며 고통 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 p.67
7. 아무 희망도 없이 외롭게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도 그 세월을 생각하면 몸이 얼어붙는 듯하다. 그것은 춥고 적막한 지옥과도 같았으며 그 끝에는 암흑과 죽음뿐이었고 어떤 희망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고통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계에 이르면 고통은 끝이 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색채를 띠게 된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하겠지만, 그럴 때의 고통은 생명이자 희망이다. 고통스러웠던 것만큼 나는 또 고독했다. 지금 나는 내게 최악이었던 시기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외롭다. 하지만 고독은 나를 더 이상 달랠 수도 없고 아프게 할 수도 없는 독약과도 같다. 나는 그 독성에 대한 저항력이 충분히 강해질 만큼 그것을 많이 마셨다. 그러나 그것은 독이 아니라 단지 고독이 변한 것일 뿐이었다. 우리가 받아들일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며 고맙게 받아 마실 줄 모르는 것은 모두 독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생명이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p.232
8. 자, 당신의 존재가 좁고 깊은 호수라고 한번 상상해 보라. 그리고 그 수면이 바로 의식이다. 그곳은 밝은 빛을 비추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일이 그곳에서 일어난다. 한편 그 수면을 형성하는 호수의 분자는 무한히 작다. 그곳의 분자는 공기 또는 빛과 접촉하면서 물이 새롭게 변화하고 풍성해지기 때문에 가장 멋지고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면에 있는 물 분자 자체는 쉴 새 없이 바뀐다. 끊임없이 밑에 있는 물 분자가 위로 올라오고, 또 위에 있는 물 분자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흐름이 생기고 보충을 하기도 하고 위치 이동이 일어난다. 또한 어느 물 분자나 한번쯤은 위에 머물고 싶어 한다.
물로 이루어진 호수처럼 우리의 자아 혹은 우리의 정신 역시 수천, 수백만 개의 분자, 즉 끊임없이 성장하고 교체되며, 무언가를 소유하고 기억하며 표현하려는 욕구로 이루어져 있다. 호수에서 우리의 의식이 보는 부분은 좁은 수면뿐이다. 정신은 수면 밑에 펼쳐진 무한하게 넓은 부분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넓고 어두운 공간을 벗어나 좁은 수면의 밝은 부분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교체가 진행되는 정신은 풍부하고 건전하며 다행히도 능력이 있는 것 같다. pp.235-236
9.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짓은 얼마나 빨리 배우게 되는지, 또 게을러빠진 개나 게걸스럽게 먹어 대는 돼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육체적인 나쁜 습관과 나태함은 정신적으로도 그와 같은 상태를 수반하는 법이다. p.257'비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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