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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비소설/국내 2023. 11. 3. 10:40
1. 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합격, 승진, 새로운 연애, 이딴 거? 뭐든지 조금만 지나면 별것 아닌 게 된다. 같은 수만큼 발생하는 불합격과 탈락, 진부함은 또 어쩌라고. 이런 건과 상관없이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경우는 좋은 날씨다. 제기랄, 그게 다다. 최고의 에너지는 그것이다. p.19
2. 유명한 음식점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흥행하는 영화는 봐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유행하는 것은 뒤늦게라도 사서 가져야 안심하는 이들, 남 노는 것 구경하는 걸로도 부족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족속들. 한 가지에서만 정보를 얻는 무지. 이게 바보 아니고 뭔가. p.28
3. 말년에는 쓸쓸했다. 노년기 우울증도 좀 앓았다. 자신도 괴로워했다. 품위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피폐해진 자신이 주변을 힘들게 하는 걸 못 견딘다. 보고 있기에 마음이 좋지 않아서 나는 돌아가시기를 바랐다. 사람은 어떻게 살았든지 간에 죽을 때의 모습이 가장 큰 이미지로 남으니까. 그 전에, 품격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돌아가셨으면 했던 것이다. 내 품에서. pp.46-47
4. 우리 인생에서 최악은 돈 벌기 위해 죽도록 고생한 다음 늙어서는 그것으로 인해 병을 얻고 모아둔 재산을 의료비로 다 탕진한 뒤 죽는 것이다. 링거 줄줄이 달고 온갖 계기판에 라인을 연결한 채. p.136
5. 할머니. 2015년 4월에 돌아가셨다. 무덤이 생겼다. 사람의 부재보단 무덤이라는 사물이 죽음을 선언하고 확인하게 해준다. 그 몇 뼘의 봉분이 삶과 죽음을 분명하게 갈라놓는다. 강고한 벽이다. p.188
6. AM 5시. 수평선 너머에서 집어등 불빛이 한두 개 보인다. 불빛을 키우는 것은 암흑이다, 라는 시구처럼 그것은 어둠을 더 깊고 짙게 만들고 있다. p.230'비소설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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