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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손정연-
    비소설/국내 2023. 11. 14. 10:04

     

     

    1. 우리들 중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느끼는 좌절, 분노, 증오, 시기, 수치심과 같은 감정을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전 괜찮아요’와 같은 행동을 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 속임의 대상이 가족일 경우 그것에 대한 당위성에 더욱 절대적인 힘이 발휘되기도 한다. p.16

    2.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할 수 있을 때만이 다른 사람을 향해 도움을 청하거나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의 ‘스물’, 어른의 나이는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써 한꺼번에 씩씩해지지 않아도 된다. 단번에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되는 것이다. p.17

    3. 이제부터 ‘모두는 아니지만 친구 누구는 나의 이 모습을 참 좋아하지’, ‘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상대도 이해할거야.’,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이 또한 의미 있으면 되는거야’와 같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기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기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자기자비는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에 긍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참 자기(true self)’를 허락할 것이다.
     더불어 불안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도 있다. 불안을 민감하게 경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27

    4.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툼과 갈등의 상황이 오면 그것이 관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해 피하려 들죠.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툼은 친밀한 관계에 대한 위협이기보다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좀 더 용기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8

    5. 아들과 다르게 여자라는 동일성에서 오는 동질감은 어머니로 하여금 딸을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연장 또는 확장으로 인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p.45

    6. 쉬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심리학에는 윤형 방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눈을 가리거나 사막처럼 사방이 똑같은 곳을 걸으면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조금씩 축이 흔들리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윤형 방황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100미터를 걸을 때마다 한 번씩 멈춰 서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인생의 터널에서 내가 빛을 향해 잘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이 멈춤의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정 라벨링,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인 것입니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엄마의 말이 나의 미간을 찡그리게 했구나. 나는 저 말이 불쾌하구나.”
     “딸의 태도가 못마땅하구나. 나는 저 아이가 걱정이 되는구나.”
    “환하게 웃어주니 마음이 놓이고, 긴장이 풀리는구나. 나는 지금 안도하고 있구나.”
    이렇게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는 감정 라벨링을 하면 우리의 고장 난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됩니다. 되도록 ‘기쁨, 슬픔, 분노, 우울, 수치심’으로 나눠지는 감정의 종류와 강도(0~100)까지 정밀하게 이름을 붙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pp.146-147

    7. 만성불안으로 행복하지 않았던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곁에서 불안을 학습해버린 딸. 이 모녀가 편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긴장된 마음은 주위에 펼쳐진 세상의 많은 것들을 모두 볼 수 없게 만든다. 그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또 보고 싶은 대로만 보려고 하는 습성을 갖게 한다. 그것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가 정서를 인식할 때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머무르려는 속성, 주변이 막혀 있는 터널을 달릴 때처럼 좁아진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현상’을 경험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했던 과거의 정서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주변 그대로를 제대로 살피고, 느껴볼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살아지는 곳이 아니기에, 어쩌면 우리는 연습 같은 하루를 살고 있기에 ‘실수해도 괜찮아’, ‘잘못해도 괜찮아’라 말하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로 보편성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마음챙김 훈련이 필요하겠다. p.157

    8. 네프(Neff)에 의해 제안된 자기자비란 심리적 안녕감은 높이고 불안과 우울을 줄이는 것으로 ‘자신의 고통에 마음이 움직이고 열려 있는 것으로, 고통을 피하거나 단절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경감시키고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소망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자기자비는 ‘마음챙김’,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성’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챙김은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감정에 과도하게 집착하기보다는 관찰자가 된 듯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로 사실대로만 현상을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자기친절은 스스로를 너무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고자 하는 친절을 베푸는 것, 보편적 인간성은 내가 경험하는 고통이 나에게만 특별하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p.160

    9. 우리는 누구나와 헤어지거나 분리 혹은 애착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때 이별이나 분리는 심리적으로 홀로 남겨졌다거나 더 이상 진실로 교류한 대상이 없어졌거나 또는 친밀했던 사람, 사물의 상실과 죽음을 통해 경험한다. 이때는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위로를 구하거나 자기 안으로 움츠러드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실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무기력과 우울한 시간을 보낼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은 슬픔 이면에 해결되지 못한 분노와 죄책감을 표현하게 하고 자기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애착의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을 부인하지 않고 자각을 증진하기 위해 은유나 함축적인 언어, 공감을 반영하는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 표현을 통해 오히려 슬픔을 깊이 경험하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 긍정적인 척 밝게 보이려 하거나 슬픔의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현재 일어나는 현상 그대로를 충분히 경험하고 자각하며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p.202

    10. 우리 모두는 엄마, 딸, 아내, 며느리, 직장인으로 소개되는 역할인이기 전에 한 개인이다. 역할 속 나의 삶이 존재하듯 개인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둘이 일치하는 것처럼 행복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개인으로서의 나’와 ‘역할인으로서의 나’, 둘 간의 타협을 시도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둘 사이 존재하는 간격은 오로지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실존의 문제로 남게 된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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