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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단어들> -에피톤 프로젝트-비소설/국내 2023. 11. 15. 10:51
1. 봄은 늘 거짓말처럼 다녀간다.
온 듯 만 듯. 아는 척 모르는 척. 취한 듯 아닌 듯.
만우절 농담처럼, 그날 마신 몇 잔의 낮술처럼. p.51
2. 계획한대로, 마음먹은 대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저 내일 날씨를 예측할 뿐이지, 정작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비가 올지, 오지 않을지, 온다면 얼마나 올지. 정확한 것은 내일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가방 한켠엔 늘 우산이 필요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갈아 신을 양말도 챙겨 넣게 된다. 우리는 살아본 적 없는 내일을 기다리고, 우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겹겹이 흘러간 시간들을 어제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적어놓는다. pp.155-157
3. 지친 사랑에 미안함이야 하지는 말아요
끝난 사랑에 미련함이야 하지도 말아요
지난 사랑에 아쉬움이야 남기지 말아요
떠난 사랑에 서운함이야 할 수 없잖아요
그대, 그대
보낼 사랑에 그리움이야 하지는 말아요
힘든 사랑에 미련함이야 하지도 말아요
다른 사랑에 흔들림이야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사랑에 잊혀짐이야 당연한 거예요
그대, 그대
<그대 내게 어떤 사랑이었나> 中 pp.158-159
4. 나는 말없이 가만히 듣는 걸 좋아했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글이 아닌 목소리로 듣는 것이 좋았다. 나는 가끔 습작 같은 것들을 전하기 너머로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면, 정적이 생겼다. 그 정적 또한 좋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정적을 여백으로 바꾸어준다고 생각했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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