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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독립만세> -김명자-
    비소설/국내 2023. 11. 17. 13:53

     

     

     

    1. 인생은 어디서부터 색을 칠한 완성체일까. 내가 만일 자화상을 그린다면 무슨 색으로 끝을 맺을까. 아마도 진한 색을 덮고 연한 색으로 최후를 장식할 듯하다. 나의 검은 상처를 닿을 수 있는, 과거의 짙은 회한을 망각할 수 있도록 화사한 색으로 끝맺고 싶다. 지금 느끼고 있는 따사롭고 화사한 봄날처럼. p.109
     
    2. 가을이 한창일 무렵, 이렇게 긴 시간 그린 그림들을 모아 그룹전을 했다. 지도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이지만, 무엇보다 내 끈기에 뿌듯했다. 그림 그린다고 서울 출입도 자주 못했다. 남들보다 못 그린다고 그만두었다면 아무것도 이루는 게 없었겠지만, 남보다 못해도 좋다, 내 색깔대로 그려보자고 했더니 전시까지 하게 되었다. p.199
     
    3. 아우야,
     우리가 소싯적에는 몰랐던 사이지만 지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일 테니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조금은 인색해졌더라도 마음 닫지 말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우리 함께 걸어 가보자. 그냥 잠깐 왔다가는 인연 말고 특별하게 챙기는 인연 말고 가깝고도 먼 것처럼 살뜰하면서도 무관심한 것처럼, 뜨겁게 데우지 말고 미지근하게 그냥 그렇게 너와 나 정답게 가보자. 없는 듯 거기 있고 다정한 듯 멀찌감치 서로 쳐다보고 우리 그렇게 살자, 아우야, 사랑한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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