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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들끓는다> -놈 촘스키-
    비소설/국외 2023. 11. 30. 11:00

     

     

    1. 외부의 그 누구도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선택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에요. 내가 누군지, 어떤 일까지 감당한 용의가 있는지, 얼마만큼의 헌신과 참여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요. p.49

    2. 현대의 정치담론에서 ‘일자리’라는 단어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낯 뜨거운 두 글자까지 단어 ‘이윤’을 대체하는 말일 뿐입니다. 이 말은 할 수 없으니 ‘일자리’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알다시피 권력체제가 노동자에게 이렇듯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는 모두 그 유명한 레밍(lemming)떼처럼 앞다투어 달려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p.61

    3. ‘개혁’이라는 단어는 흥미로워요.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용어와 마찬가지로, 그것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 정쟁에 동원될 때의 의미를 구분해야만 합니다. ‘개혁’은 대개 권력체제가 승인해주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데 쓰입니다. 그들이 승인해주지 않는 변화는 개혁이라 불리지 않지요. 그래서 마오의 농업집단화 정책을 ‘개혁’이라 부르지 않는 겁니다. 그와는 반대로, 멕시코의 ‘개혁’을 칭송하는 글은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그 ‘개혁’이라는 것이 사실은 석유산업을 멕시코를 위해 지키는 대신에 국제적 착취에 개방하는 것인데 말이지요. 그리고 ‘교육개혁’은 미국의 공립 학교 제도를 붕괴시키기 위해 시행되는 다양한 조치를 의미하지요. 그러니, 맞습니다, 이 용어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pp.84-85

    4. “바보를 자기가 숭배하는 사슬로부터 해방시키기는 어렵다.” (볼테르) p.86

    5. 그들의 우리에게 그런 짓을 하면 그건 끔찍한 범죄다, 우리가 그들에게 더 심한 짓을 하더라도 그건 고귀한 노력이다. 이런 것이 하나의 잣대로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 있게, 헌신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실, 훨씬 더 보편적인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범죄를 적의 탓으로 더 많이 돌릴수록 그만큼 분노도 더 커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더 많은 책임이 돌아오면-따라서 그에 대해 뭔가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그만큼 우려는 줄어들고, 결국은 무관심의 단계로, 또 그보다 한술 더 떠 부정의 단계로 빠집니다. 바로 이것이 압도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pp.125-126

    6. 중국은 미국의 지배를 받는 적대적 국가들에 배치된 공격용 미사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적이지요. 사실상 미국의 군사기지로 기능하고 있는 한국의 제주도에 있는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치상황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입니다. 중국 역시도 다른 나라들의 영유권을 침해하는 인공섬들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p.190

    7.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조직화에는 몇몇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쟁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첫째, 사람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문제가 해결 가능해야 하고요. 그리고 셋째로 사람들에게 그것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직화를 하는 데에서 주된 장애물 중의 하나가 ‘시청이랑 어떻게 싸우냐?’라는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청과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죠. 조직화에 성공하는 경우에 일이 되어가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면, 우선 이 정도는 이룰 수 있겠다고 사람들이 인식하는 작은 문제를 찾아서, 그것을 이룰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렇게 성공이 가능하다는 의식을 고취한 후, 다음 문제로 나아가는 식입니다. p.197

    8. 긴축의 목적은 경제발전이 아닙니다. 사실 긴축은 경제 발전에 해가 되지요. 그것의 목표는 복지국가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데에 있습니다. 연금, 적정한 노동조건, 노동권에 대한 규정 등등 말입니다. pp.237-238

    9.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어난 일들 중 하나가 대학에 점점 더 비즈니스 모델이 강요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말한 바와 같은 정책들이 적용되었다는 뜻이죠. 신분보장이 안 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심각한 저임금에 시달리는 임시적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 말입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진에게는 직업안정성이 있지만, 겸임교수나 조교들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하는 사람들에게도 손실이고, 학생들에게도 손실이지만, 최종 수지에는 좋은 일이겠지요.

     이런 노동자들은 ‘독립계약자’라 불립니다만, 당연히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을 서로 고립시키고 각자가 변덕스러운 자신의 상황에만 정신을 쏟도록 만들 뿐입니다. 그들은 신분보장을 받을 수 없으니 계획을 세울 수도 없지요. 이것은 곧 그들이 조직을 만들거나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적 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기 어려우리라는 의미입니다. 집중된 권력에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엘리트들은 제 기능을 하는 민주적 사회를 원치 않아요. 사람들이 겁을 먹고 기가 죽어 무기력하게 다음 봉급을 걱정하며 지내는 사회가 그들이 원하는 사회입니다. pp.250-251

    10. 북한 국경에서 극히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는 데에 대한 대가로 북한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는 제안은 더 광범위한 협상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협상은 핵위협을 극적으로 감소시키고 나아가 북한 위기를 종결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발끈해서 쏟아대는 논평과는 반대로, 그런 협상이 성공하리라 생각할 만한 상당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중국과 북한이 내놓은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미국의 평론가들 역시 인상적이게도 한 목소리로 그 제안을 거부합니다. 이것은 평화로운 선택지가 가능한데도 거의 반사적으로 힘을 선택하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기록에 또 하나의 항목으로 추가될 것입니다.

     2017년 남한 대선에서 한 줄기 희망을 빛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자의 강경한 대결 위주 정책을 뒤집기 위해 열심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외교적인 방안을 개척하고 화해를 향해 나아갈 것을 주문해왔습니다. 이는 분노에 차 주먹을 휘두르다가 진짜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를 상황에 비하면 확실히 진전을 본 것이라 할 수 있겠죠. pp.27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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