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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소설/국외 2023. 10. 19. 14:32

     

     

    1.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p.11

    2.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p.24

    3. 한 아이가 살아 있던 1초와 이제는 살아 있지 않은 1초 사이에는 얼마나 긴 순간이 가로놓였는가. 그런 한순간과 한순간을 가르는 것이 정녕 시간일까.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만 하는 그 무엇인데 아직 적당한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까. p.26

    4.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쨌든 방문객이 있으면 울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날 이미 그녀는, 성스러운 도움의 의무를 다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고, 아기의 죽음이 이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지금 이런 상태로 영원히 지속되면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으나, 방문자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못한다. p.33

    5. 유혹당하는 자는 우월하다고. 왜냐하면, 오직 그만이 유혹을 물리칠 기회를 가지니까. p.45

    6. 경과와 상태 또는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들이-예를 들어 전쟁이나 장기적인 굶주림 또는 미친 듯한 인플레이션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공무원의 월급-임의의 한 사적인 인간의 얼굴에 어떻게 가시적으로 스며들 수 있는걸까. 여기에 흰 머리카락이 몇 가닥 생겨나고, 통통하던 사랑스러운 뺨이 억센 광대뼈에 찰싹 달라붙을 정도로 홀쭉해졌으니, 아마도 헝가리의 분리는 어느 한 여인의 얼굴에, 그 여인이 우연히 자신의 아내일 수도 있고, 앙다문 입술에 새겨지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아주 먼 외부의 것이 아주 깊숙한 내부로 번역되는 일인데, 모든 개개인이 각자 자신의 어휘를 하나씩만 갖고 있는 탓에, 이것이 무엇보다도 언어라는 것을,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영구히 통용되는 유일한 언어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p.95

    7. 그녀가 열네 살 때, 굶주림의 한가운데서, 더는 굶주림에 굴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지금, 불행한 사랑의 한가운데서, 더는 불행한 사랑에 좌절하지 않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p.149

    8. 고르디우스의 매듭 : 알렌사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는 전설 속의 매듭으로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의 속담.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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