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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판사> -정재민-비소설/국내 2023. 12. 21. 14:07
1. 그로부터 얼마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발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장 후회되던 일이 그날 칼국수를 사 먹으러 가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 내가 대학생이 아니라 지금의 나이였다면 칼국수 맛집을 찾아서 모셨을 것이다. 어머니가 폐암이었다고 해도 그토록 원한다면 담배에 불을 붙여드리며 “이거 돗대입니다”라고 농을 쳤을 것이다. 살아보니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그 크고 작은 좌절감이 칼국수 그릇 바닥에 가라앉은 바지락 껍데기처럼 마음속 밑바닥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가 나중에 말썽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그때 어머니가 그냥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게 해드리는 것이 맞는 일이었는데.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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