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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감일기> -김민철 외 7명-
    비소설/국내 2024. 1. 11. 13:14

     

     

    1. ‘언제 밥 한번 먹자당장은 너와 밥을 먹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이숙명) p.54

     

    2. 혹시 내가 그때 느꼈던 막연한 슬픔도 세계와 나 사이에 놓은 이상하도록 먼 거리감, 그로 인한 고독 때문이었을까. 나뿐 아니라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 인간의 숙명인, 아니 인간뿐 아니라 목숨 붙은 모든 존재의 운명인, 저 압도적인 고독의 필연성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을까. (권여선) p.80

     

    3. 우리 엄마는 걱정과 불안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좋은 욕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걱정을 하며 산다고, 건강하고 싶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좋은 물건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발품을 하는 것처럼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수고와 부지런함은 실은 실패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오는 거라고 했다. 쓰는 동안 이유 모를 불안함에 뒷목이 서늘해질 때마다 삶을 더 괜찮은 쪽으로 끌어당겨주는 걱정의 힘을 믿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나는 지금 불안한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 없이 마음껏 걱정하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강이슬) p.123

     

    4. 심혈을 기울여 쓴 문장을 뺄 때는 아깝지만 그럴수록 과감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비워야지만 오히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것이 있다. 패션이나 글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강이슬) p.127

    5. 인간은 대체로 나약하지만 그중에서도 감정을 소화시키는 기관이 최고로 약해 빠졌다. 행복처럼 순하고 무르고 말랑말랑한 좋은 감정은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잘도 소화시키면서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감정은 그러질 못한다. 가슴 언저리에 얹힌다. 굳은 감정에 체한다. 뾰족한 바늘로 손끝을 찔러봤자 묵은 체기는 내려가지 않는다. 덜 소화된 그 감정을 소처럼 되새김질하며 곱씹는다. 그 행위가 어쩌면 후회일 것이다. (강이슬) p.141

     

    6. 우울의 이유가 만약 일이라면, 그 일을 끝내면 최근에 만들어졌던 우울은 잦아들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마음의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 일이 힘들더라도 결국은 마무리했다는 기쁨으로 매듭짓기 위해서 마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임진아) p.172

     

    7. 내가 생각하는 마감의 나날을 읽고 나를 참 속 편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마감을 행복한 여정으로만 여기겠는가. 다만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고, 놀이하는 듯한 기분을 만들고, 웃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해야만 그 안에서 내가 덜 아프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마감에 대한 이런 마음이 갖춰진 게 아닐까? 사회는 더 괴로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제일 즐거운 바보가 되고 싶다. (임진아) pp.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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