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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마쓰우라 야타로-비소설/국외 2023. 12. 19. 14:27
1.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생생한 말이다. 그리고 다음이 편지다. “무슨 일이든 직접 쓴 편지로 시작하고 무슨 일이든 편지로 끝내는 거예요. 그런 예의범절이 아주 중요해요.” 기리시마 요코 씨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pp.83-84 2. 처음에는 쑥쓰러워서 칭찬하는 말을 솔직하게 꺼내지 못했다. 인사한 다음 무언가 한마디가 나올 것 같으면서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맨 처음은 이런 식으로 해보았다. 헤어질 때 칭찬의 말을 슬쩍 덧붙였다. 예를 들면 “그럼, 또 봐”라는 인사 다음에 “오늘 옷차림이 무척 멋지네”라는 식이다. 물론 그 다음은 상대가 “고마워”하고 떠나겠지만 나도 “고마워”하고 그 자리를 뜨니까 민망함을 얼버무릴 수 있었다. 멋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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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신은영-프로파일비소설/국내 2023. 12. 19. 14:20
1.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connecting the dots’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점(경험)들은 미래와 연결된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작은 점들이라고 생각해보자. 의미 없어 보이는 점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느 순간 선이 되고, 결국엔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나만의 길이 되는게 아닐까? pp.13-14 2.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당신이 나무에 기어오르는 능력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기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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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비소설/국내 2023. 12. 19. 14:15
1. 저(피아니스트 조성진)는 어릴 때부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음악만이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해서도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생각이 많은 건 인생에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뭔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발라드 네 곡을 꼭 연주하고 싶었지만 이 음반이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거나 이것이 나의 완성 작품이라고 여기면 부담스러워져요. 음반은 스물두 살의 조성진이 아니라, 2016년 9월에 조성진이 할 수 있었던 최선만 담은 것이고 연주도 마찬가지예요. 의미를 많이 두면 머리가 아파지더라고요. p.21(조성진 편) 2. (슈베르트의 음악은)맑고 투명하다 못해 하늘이 보이는 착각이 들죠! 어쩌면 슈베르트 음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후기 소나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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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렇게 불편한게 많지?> -다카하시 아쓰시-비소설/국외 2023. 12. 19. 14:11
1. 민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내보내는 다양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아니, 선호한다기보다 학교나 회사에서 소모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p.26 2. 누군가 화내는 것이 싫다. 타인의 분노를 마주하는 것도 힘들다. 상대방의 날카로운 말, 감정, 흥분된 신경 등 자극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한꺼번에 뒤집어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분노가 나에게 향하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감정이 섬세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질책당하면 그 상처는 유독 크게 남는다. p.55 3. 남에게 화도 잘 못 낸다. 상대방의 기분에 공감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화를 내고 있는지 꾸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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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바닐라> -정한아-소설/국내 2023. 12. 19. 14:08
1. 온통 새것인 집 한가운데서 그녀는 홀로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p.61 2. 당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 당신의 쓸모가 다했다는 말. 그런 말을 하고, 또 듣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p.63 3. 방송사와 제작사 측은 내게 빨리 시인하거나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나는 변명이나 해명을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내가 저쪽의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없을뿐더러, 저쪽에서 공개한 증거라는 게 헐거운 얼개만 있는 시놉시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불씨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저쪽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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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소설/국내 2023. 12. 19. 12:21
1.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눈앞에서 활짝 갈라지며 자, 이제 넌 앞으로만 걸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가슴 한편은 조여들며 불안한데, 머리 위로 계속 얼음물이 끼얹어지는 것처럼 정신이 또렷했어. 이런 느낌을 자유라고 부르는 건가, 생각했던 기억이 나. pp.79-80 2. 막 내려앉은 순간 눈송이는 차갑지 않았다. 거의 살갗에 닿지도 않았다. 결정의 세부가 흐릿해지며 얼음이 되었을 때에야 미세한 압력과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얼음의 부피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흰빛이 스러지며 물이 되어 살갗에 맺혔다. 마치 내 피부가 그 흰 빛을 빨아들여 물의 입자만 남겨놓은 것처럼. pp.185-186 3.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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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소설/국외 2023. 12. 19. 12:18
1. 두 사람의 훌륭한 인생은 분명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생은 확실히 훌륭했다. 수전도 매슈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혼생활, 네 아이, 커다란 집, 정원, 파출부, 친구, 자동차 등을 내심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바로 이것,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게 된 것은 수전이 매슈를 사랑하고 매슈가 수전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사랑이 바로 삶의 중심이자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수전이나 매슈의 잘못은 확실히 아니었다. 원래 세상이 그런 탓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현명하게 상대를 탓하지도, 자책하지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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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장 그르니에-비소설/국외 2023. 12. 19. 12:16
1.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펼쳐 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알베르 카뮈) p.15 2.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한 일-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 자기 자신의 인식에 도달하고 나면 바다 위로 배를 타고 여행할 때 멀미가 나던 여러 날과 기차 속에서의 불면 같은 것은 잊어버린다(자기 자신의 인식이라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초월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