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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러의 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비소설/국외 2023. 11. 14. 10:37

     

     

    1. 물감이 섞이면 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각 안료가 존재하는 빛의 일부만을 눈으로 반사하므로, 여러 가지가 섞일수록 파장이 제외된다. 많이 섞으면 가시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가 반사되므로 물감을 검정색이거나 그에 아주 가깝다고 인식한다. p.19
     
    2. 은은 광재기와 산화의 주기를 달이 차고 지듯 되풀이한다. 반짝반짝 빛나다가도 곧 황화은의 검은 막을 입고 저문다. 은의 불완전함에 인간은 공감한다. 우리가 죽듯 은도 광채를 조금 잃는 것이 삶의 주기를 따르는 것 같다. p.50
     
    3. 종교개혁 기간 동안 교회와 교구는 이제 불경하다고 낙인찍은 성자의 벽화나 제단화를 회칠해 덮었다(세월이 지나 회가 벗겨지면서 다시 얼굴이 드러나기는 했다). 이러한 사례가 특히 태생적으로 정치에서 흔한 ‘눈가림하다(whitewash)', 즉 불쾌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일컫는 의미로 쓰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p,53
     
    4. 모두가 좋아하리라는 기대를 품지도 않고, 그저 누구의 기분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베이지식을 고르기 때문이다.
     베이지색은 부르주아의 핵심 색깔이 될 수 있다. 통상적이고 독실한 척하며 물질적이다. 양에서 따온 색깔이 양처럼 소심한 이들에게 선택받는 색깔이 되었다는 사실은 신기하게도 적절해 보인다. 베이지만큼이나 고상하면서도 밍밍한 소비주의를 상징하는 색이 또 있을까? p.59
     
    5. 또한 오렌지색은 비교적 최근까지 독자적인 색깔로 인정받지 못했다. 명백하게 오렌지 계열인 미니엄이 좋은 예로, 현대에 와서도 빨간색이나 노란색 취급을 받아왔다.
     이런 오렌지의 위력을 인상파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인상주의라는 화풍의 명칭을 결정한 클로드 모네의 ‘인상, 일출’에는 오렌지색으로 밝게 빛나는 태양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새로 등장한 인상파는 색상 대조에 대한 새로운 광학적 이론을 동원해가며 오렌지의 활발한 사용에 앞장섰다. p.97
     
    6. 놀랍게도 소녀는 핑크, 소년은 파랑이라는 엄격한 분리의 역사는 고작 20세기 중반에 비롯되었다. 몇 세대 전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아기 옷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1893년 기사는 ‘언제나 남자애에게 핑크색, 여자애에게 파란색의 옷을 입혀야 한다’고 언급한다. p.119
     
    7. 친숙해지니 경멸받기 시작해서 자주색은 곧 여느 색처럼 평범해졌다. p.165
     
    8. 비소 탓만 할 수도 있지만, 마젠타는 몇천 가지 색 가운데 고작 하나일 뿐이었으니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져 소비자들은 염증을 느꼈다. 그래도 원색 인쇄 덕분에 마젠타는 살아남았다. 이제 확실히 분홍색인 마젠타는 잉크로서 CMYK 원색 인쇄에 쓰인다. p.172
     
    9. 인상파의 보라색 선호 현상을 두 가지의 새로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가지는 그림자가 절대로 검정색이나 회색이 아니라는, 다른 색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상파의 확신이다. 다른 한 가지는 보색 이론이다. 햇빛 노란색의 보색이 바이올렛이므로 그림자의 색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그림자의 역할조차 초월해버렸다. 1881년 에두아르 마네는 그의 친구에게 공기의 진짜 색을 발견했노라고 선언했다. ‘바이올렛이더군’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기는 바이올렛이야. 3년 뒤에도 세계는 여전히 바이올렛이겠지.’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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