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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사회> -에릭 클라이넨버그-
    비소설/국외 2023. 10. 23. 10:15

     

    1. 가장 큰 재산 피해와 함께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허리케인은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우리는 허리케인에 이름을 붙이고, 토론을 벌이고, 연구를 한다. 그리고 몇 세대 동안 허리케인을 기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간에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기상이변은 폭염이었다. 폭염은 소리와 형체 없이 다가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목숨을 걸고 폭염을 무시하고 있다. pp.10-11
     
    2. 폭염 사망자의 지형도는 인종차별 및 불평등의 지형도와 대부분 일치했다.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 지역 10곳 중 8곳이 사실상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곳이었고, 빈곤과 폭력범죄가 집중되어 있어 노인들이 집에 숨어 있는 위험을 무릅쓰다 폭염으로 혼자 사망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가장 낮은 폭염 사망률을 기록한 지역 10곳 중 3곳 역시 가난하고, 폭력적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살고 있었다. 이는 인종이나 민족, 문화적 관습이나 가치, 폭력이나 가난 등 어느 하나도 폭염 기간에 살고 죽는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pp.13-14
     
    3. 양약부지(佯若不知) : 알고도 모르는 체 함. p.74
     
    4. 사망률이 높은 지역들은 눈에 띄는 구성적, 환경적 특징도 가지고 있다. 폭염 사망률에 관한 이전 연구에서 빈곤율이 높거나, 노인이 많이 모여 살거나, 주택 환경이 열악하거나, 녹지대가 적은 지역의 주민들이 특히 극단적인 여름 기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리노이 보건부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의 주민들은 1995년 참사에서도 사망률이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분석은 장소에 따른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추가한다. 그중에는 공공장소의 특성, 거리에서 벌어지는 상업활동의 활기, 지원 네트워크와 지원 단체의 중심적 역할, 지역의 사회적 형태에 대한 관심, 그 외에도 주민의 감소, 독거노인 증가, 인구 조건에 대한 관심 등이 있다. (...) 그러나 시카고에서 가장 빈곤하고, 많은 사람이 떠나 위험한 지역의 주민들이 고독사한 데에는 그들이 좀처럼 집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여길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그들은 안전한 집에서 은둔함으로써 고요하고 부유한 동네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회적 보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양산했다. pp.223-224
     
    5. 사우스사이드의 지도자들은 분노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폭염 기간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인의 목숨에 대한 시의 무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점점 늘어가는 고립된 흑인 노인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쓰지 않으려는 정부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들은 많은 경관과 일선에서 일하는 노인부 직원들이 이 방식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마 놀랐을 것이다. pp.266-267
     
    6. 현대 정치체제는, “매체를 능숙하게 관리하는 정책 입안자가 더 좋은 정부를 만든다는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p.288
     
    7.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은 그의 저서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왜 국가와 사회는 인권 침해를 부인하는가에 쓴 글에서 국가가 인권을 침해하거나 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에 대한 연관성을 거부하기 위해 사용한 구체적이면서 다양한 방법을 기록했다. 코언이 작성한 흔히 볼 수 있는 부인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문자적 부인: “사실에 관한 사실이나 지식이 부정된다.”
    해석적 부인: “원사실(raw fact)은 부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는 분명하게 보이는 다른 의미가 주어진다. (...) 실제로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함축적인 부인, 혹은 책임에 대한 부인: “추정컨대 정부와 관련이 없고 통제할 수 없는 힘(알려진 힘이든, 알려지지 않은 힘이든)에 책임을 돌린다.”
    목소리의 부인, 혹은 침묵하게 하기: 정치적 권위를 이용하여 피해 보고의 영향을 약화하기.
    현실주의자의 언어를 부정, 이름 바꾸기: “완곡어법을 써서 사건의 의미를 감추기. (...) 이것은 의미를 완화시키는 용어를 사용하여 감추고, 부정적인 부분은 제거하며, 존경심을 전달하기 위한 일상의 도구다.”
    공개된 기록의 부인: 국가의 상징적인 권력을 사용하여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을 재정의하기.
    패턴의 부인: 독특하고 기이하며 역사적으로 동떨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하기. pp.307-308
     
    8.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은 미디어와 함께 살고 미디어에 따라 살며”, 일간지 기자들은 미디어 안에서 살며 하위문화를 형성하여 다른 기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문제는 중요한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뉴스로서 가치 있다고 여겨질 만한 다른 대안은 제외하는 정보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p.336
     
    9. 이를테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최근 “21세기에는 최고 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운 날이 더 많아지며 폭염이 거의 육지 전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90에서 99퍼센트라고 예상했다. 그 결과 노인과 도시 빈곤층의 사망 사건 및 심각한 질병이 증가하고 폭염과 지구온난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냉방장치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 폭염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환경 사건이었지만, 앞으로 더욱 파괴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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