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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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읽는 남자> -외른 회프너-소설/국외 2023. 10. 25. 10:49
1. 우리는 말하는 행위에 양측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토대가 있다고 가정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커피 잔을 집어 들어 옆에 있는 벽에 세차게 던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어느 정도 명확하다. 커피 잔이 깨지고, 카펫은 더렵혀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더 이상 커피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언어는 훨씬 더 복잡하다. 모든 것이 정확히 표현된 그대로 들리기만 한다면 인간관계의 끊임없는 다툼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류가 멱살잡이를 하는 일이 아마 약간 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항상 말하는 일과 듣는 일, 이 두 가지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곳에서 실제로는 네 가지 일이 벌어진다. 말하고, 표현하고, 듣고, 이해하는 일이다. p.62 2. 우리는 거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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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E-Book -에두아르도 하우레기-소설/국외 2023. 10. 25. 10:47
1. 다시 말해, 우리가 붙인 불 때문에 우린 성장할 수 있었고, 서로를 만나기 전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불씨는 꺼져버렸다. 원래 다 이렇게 되는 건가?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이 너무 적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우리가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어서 그런가?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존재가 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우린 예전처럼 웃지 않는다. 예전처럼 논쟁하는 일조차 없다. 어쩌면 이 몇 년간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해서 급기야 우리가 누군지 알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그래서 잠시 동안은 10년 전 런던에 왔었을 때의 모습처럼, 서로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보토벨로 마켓에 있는 새집을 꾸밀 장식을 고르던 커플, 토요일 오후면 리젠트 파크 호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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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소설/국내 2023. 10. 25. 10:45
1.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옮기면 손이 닿을 수도 있었지만 필용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간절함으로, 연민과 구애의 감정이 뒤엉킨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는 걸, 자기 자신만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필용은 말없이 르망에 올라탔다. 문산까지 오는 동안 필용이 전율했던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뻥 뚫린 것처럼 없어지고 말았다. 필용은 울었다. 울면서 무엇으로 대체되지도 좀 다르게 변형되지도 않고 무언가가 아주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p.37 2.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 갓 스무 살 된 디저이너들까지 조종균씨, 조중균씨, 하는 건 해란씨 말처럼 좀 어색했다. 하다못해 주유소를 가도 선생님, 사장님, 하는 판국에 그렇게 호칭에 인색해서야, 이런 경우는 대부분 윗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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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소설/국외 2023. 10. 25. 10:39
1. 사람이 전례가 없고 몹시 부당한 방식의 위협을 받으면 그 자신이 가진 가장 분명한 믿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모든 정의와 이성이 반대편에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그 자리에 누구든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이 자신의 비틀거리는 마음을 지지해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p.34 2. 비참함에 대한 생각이나 비참한 광경은 어느 선까지는 우리에게 가장 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 그 선을 넘어서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동시에 끔찍한 진실이다. 그 이유가 예외 없이 인간의 마음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탓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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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소설/국외 2023. 10. 25. 10:30
1. “하지만 저는 슬프지 않아요. 엄마는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리고 시어즈 씨가 제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존재하지도 않는 일에 대해 슬픈 감정을 갖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 같아요.” p.140 2. "만약 엄마가 여기에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니?“ 엄마가 죽고 없는데, 죽은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데, 죽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어리석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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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안혜연-소설/국외 2023. 10. 25. 10:25
1. 그러니 떠나고 싶어지면 그냥 떠나라. 혼자여도 괜찮다. 떠나는 데 필요한 것은 용기도 돈이 아닌 포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손에 쥔 것도 없는 주제에 무얼 그리 세게 움켜쥐고 살았는지. 초라한 통장 잔고, 겨우 대리나 과장 따위의 직책 그까짓 게 뭐 대수라고. 몇 달쯤 자리를 비우면 큰일이 날 것 같지만 그럼에도 회사는 톱니바퀴 맞물리듯 잘만 돌아가고 내가 잠시 이 나라를 떠나 있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걱정할 뿐. pp.26-27 2. 철학자 루소와 같은 생각으로 여행한다. “나는 내 편한대로 걷고 내 맘에 드는 곳에서 멈춰 서고 싶다. 돌아다니는 삶이 내게 필요한 삶이다. 화창한 날씨에 아름다운 고장에서 서두르지 않고 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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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소설/국외 2023. 10. 25. 10:06
1. 거리를 두고, 기회를 엿보라. p.60 2. 가능한 한 자주,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라. p.74 3. 꾸뻬 씨는 결핍감이 사실상 가장 누그러뜨리기 힘든 가정이자 감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핍의 감정은 우리 두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새겨진 버림받았던 경험의 회로를 일깨운다. 결핍감은 우리 내면에 숨어 있던 아기, 한밤중에 홀로 깨어나 엄마가 올 때까지 울어대던 그 아기를 일깨운다. p.125 4. "고독이야말로 진정한 사치에요.“ p.204 5.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고 그 세상에 대한 그들 자신의 견해이다.“ p.302 6. 깨달음#1. 자신의 허물과 약점을 돋보기 안경을 끼고 들여다보지 말라. 깨달음#2. 당신의 성공과 장점을 망원경을 거꾸고 들고 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