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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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비서들> E-Book -카밀 페리-소설/국외 2023. 10. 31. 10:34
1. 그녀는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비겁하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겁쟁이였다. 내 고결함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뉴욕대 시절에 《노튼 영문학 선집》을 읽으며 에머슨과 소로의 문장에 깊은 감명을 받아 똥그란 눈으로 밑줄을 긋던 그 학생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최후까지 신성하게 남는 것은 정신의 고결함뿐이다.’ ‘우리 삶은 우리의 태도와 똑같은 방향으로 전진한다.’ ‘진정한 고결함은 남들이 모를 때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오프라 윈프리가 에머슨의 말을 슬쩍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것이다.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2. ‘영웅은 평범한 여자보다 용감한 것이 아니라 단지 5분 더 용기를 낼 뿐이다.’ (이번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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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지 않는 닭> -강국진-소설/국내 2023. 10. 31. 10:23
1. “그러니까 수조에 오징어를 넣어서 먼 곳으로 옮길 때도 그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수조에 넣으면 오징어가 다 죽어버린다고. 하지만 수조에 오징어를 잡아먹고 사는 놈을 한 마리 넣어주면 오징어들이 훨씬 오래 살아남지. 살려는 움직임이 살도록 만드는 거야.” p.27 2.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상식대로만 산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살게 된다.’ p.72 3. "이봐, 두 개의 존재가 가까운 곳에 공존한다는 것은 오직 두 존재 모두가 함께할 만한 힘을 갖추고 나서야만 가능한 거라네. 실질적으로 모든 존재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 그 거리보다 멀어지면 서운함과 그리움이 생기지만, 그보다 더 가까워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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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소설/국외 2023. 10. 31. 10:00
1. “누가 더 행복한지 비교해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까 관두는 거야." p.15 2. 네가 멀리 떠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나를 돌아보는 걸 잊지마. 내가 보이지 않더라도 가끔씩 고개를 돌려줘. 너의 숨결이 깃든 공기가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가로질러 계절풍을 타고 내게로 올지도 모르니까. 나는 냄새를 아주 잘 맡아. 난 네가 좋아. 그리고 네가 그리워. p.21 3. "가끔은 미래로 가려는 게 아니라 과거를 붙잡으려 기를 쓰고 달리지. 하지만 잡을 수는 없어. 누구나 사무친 미련을 가슴에 품고 살아. 남들이 모르는 아주 깊은 곳에 말이야. 거긴 혼자만의 세상이지. 무서워 할 건 없어. 그게 바로 인생의 짐이니까.“ p.24 4. 우리는 잃고 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잃어도 상관 없는 것은 가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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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보들레르-소설/국외 2023. 10. 30. 12:35
1.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물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 -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를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 -내 형제여! pp.36-37('독자에게‘ 中) 2. Ⅳ. 초상화 「병」과 「죽음」은 모조리 재로 만든다. 우리를 위해 타오른 불길을. 그처럼 뜨겁고 다정하던 그 커다란 두 눈, 내 가슴 적신 그 입술, 향유처럼 힘찬 그 입맞춤, 햇빛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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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소설/국내 2023. 10. 30. 12:29
1. 주례 선생님은 그때 이런 말을 했다. 결혼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낭만주의 단계, 두 번째는 사랑보다 현실이 앞서는 현실주의 단계, 그리고 세 번째는 남녀 간의 이성보다 인간적 유대가 깊어지는 따뜻한 인간주의 단계가 온다고. "우린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 아내가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내가 다시 씩씩하게 말했다. “낭만적 사실에 입각한 인간주의일세, 이 사람아!” 나는 어쩐지 아내에게 계속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었다.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