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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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비소설/국내 2023. 11. 21. 11:03
1. “우리가 스스로 야기한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야기하지 않은 고통 앞에서는 울 수 있어도 자신이 야기한 상처 앞에서는 목석 같이 굴 것이다.” (《사랑의 탄생》, 사이먼 메이) p.25 2. 트라우마라는 말의 가장 오래된 뿌리는 ‘뚫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트라우마에 의해 인간은 꿰뚫린다. 정신분석 사전은 그 꿰뚫림의 순간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충격의 강렬함, 주체의 무능력, 효과의 지속성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는 실감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었을 때에야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에 관한 한 우리는 주체가 아니라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나는 트라우마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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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소설/국내 2023. 11. 21. 10:55
1.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p.16 2. 그 나이에도 의심이 적고, 성격이 부드러운 사람들이란 대개 그들을 부드럽게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기를, 배반을, 착취를, 불평등을 모른다. 그들은 아마 그들이 노력한 만큼 벌거나 노력한 것 이상으로 벌어온 사람들일 것이다. 모든 부드러움에는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잔인함이 있다.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내가 그걸 사실로 만들어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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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비치에서> -이언 매큐언-소설/국외 2023. 11. 21. 10:49
1. 물론 각자의 욕망 때문에 상대방의 욕망이 희생되어선 안 된다. 핵심은 사랑이고 서로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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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세요, 다들> -글 전국 중고등학생 89명, 그림 자토-비소설/국내 2023. 11. 21. 10:46
1. 엄마는 나를 달팽이라 부른다. “달팽이는 느린데... 왜?” “달팽이는 몸을 지켜야 해서 조심조심 천천히 가는 거야. 빨리 가면 몸과 마음이 힘들 수가 있거든. 동작 하나하나를 안 잃어버리려고 천천히 가는 거야.” 느려도 괜찮아. (‘달팽이’, 강수진) p.136 2. 나는 이런 게 이런 게 좋고 너는 저런 게 저런 게 좋대. 너와 나의 관점이 이렇게 달라. 근데, 너는 왜 나의 관점을 바꾸려고만 할까? (‘관점’, 양서연) p.142 3. 친구와 함께 집에 집으로 가는 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나에게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그럴 수도 있지”하고 딱 한 마디를 건넸다. 별 말도 아니었는데 무척 큰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