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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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비소설/국내 2023. 12. 29. 16:42
1. 웬만큼만 가까운 친구라면 스리슬쩍 변명하고 가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확실히 무리하게 된다. 아끼는 마음의 척도를 얼마나 무리하느냐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p.12 2.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p.75 3. 다시 간다고 해도 2012년, 그때의 내가 느낄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은 재경험할 수 없을 테고 말이다. 운이 좋게 간직할 수 있게 된 마음속 이미지들을 품고 아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너무 욕심내지는 않으려고 마음먹는 것이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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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손수현-비소설/국내 2023. 12. 29. 16:40
1. 음성 언어를 잘 못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음성으로 말을 할 바에야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 유독 사람들이 많거나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특징지을 수 없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되어야지 경계가 풀리고 무언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말이다. p.44 2. 어느 순간부터 저릿한 그 감각이 싫어졌다.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기다리는 게 점점 더 없어졌다. 사람들은 그것이 슬픈 일이라고들 했다. p.141 3. 계획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는 대비가 최선인 법이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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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드는 법> -이연실-비소설/국내 2023. 12. 29. 16:39
1. 오직 일에 자존심을 건 사람만이 화를 낸다. 일에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뒤에서 짜증내고 투덜거리고 빈정거릴지언정 화내지 않는다. p.70 2. 편집자로 살다 보면 내가 맡긴 여의치 않은데, 참 아깝다 싶은 타이틀이 불쑥 나타나곤 한다. 아쉽지만 이럴 땐 그냥 아까운 상태 그대로 미련 없이 놓아 주는 게 좋다. 아까운 타이틀을 놓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잘못된 판단으로 애매한 타이틀을 물고 늘어져 자신과 동료의 힘을 소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p.118 3. 타인이 에세이를 ‘잡문’이라 부를 때는 이 장르를 가볍게 보는 편견이 들어 있을 것이나, 스스로 나의 장르를 ‘잡문’이라 말할 때 그것은 자기비하도, 겸손도 아닌 단단한 자신감이 된다고. ‘잡스럽다’는 것은 반듯하게 그어진 경계나 선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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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소설/국외 2023. 12. 29. 16:35
1.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무엇을 두려워할까? 자신들을 둘러싼 어둠속 어디에 있는, 자신들도 알고 있는 존재들을, 언제라도 섬광등 불빛 아래 더는 무시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이 훤히 드러날지 모르는 것들을 두려워한다. 자신들의 평균에 맞지 않는 악령, 성형수술을 마다하는 아르곤, 야만스럽고 서툴게 후루룩거리며 피를 마시는 흡혈귀, 디오더런트를 쓰지 않아서 악취가 나는 짐승, 아무리 쉿 하며 조용히 시켜도 제 이름을 드러내려 하는 온갖 존재들. 조지는 말한다. 다른 여러 괴물들 중에서도 무엇보다, 이 자그마한 나를 두려워하지. p.25 2. 십분도 지나지 않아서 조지는 조지가―사람들에게 알려져왔고 사람들이 알아볼 그 조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조지는 의식적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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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툰 오십, 그래서 담담하게> -허일무-비소설/국내 2023. 12. 29. 16:25
1. 자신에 대한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나는 오늘 최선과 열심을 다했는가’에서 ‘오늘 하루를 즐겼는가?’ p.58 2. 때로는 지나치게 그 신념들을 고집하고 강제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고 나와 타인을 힘들게 합니다. p.101 3.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때론 뼈아픈 얘기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관심한 것만큼 나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이라면 좋은 얘기를 기분 나쁘게 하는 소탕(掃蕩)이 아니라, 상대의 욕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각하며 소통(疏通)해야 할 것입니다. p.107 4. 책을 읽다 ‘교정반사’라는 용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교정반사는 타인을 돕고자 하는 긍정적 동기입니다. 상대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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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소설/국내 2023. 12. 29. 16:22
1.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p.21 2.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우윤이 아팠던 시기와 겹친다. 대학병원의 대기 시간은 길었고,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은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