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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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2> -베르나르 베르베르-소설/국외 2023. 12. 26. 15:07
1.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pp.123-124(1권) 2. 의심은 차차 질문으로 바뀌겠지. 혹시 내가 틀린 건 아닐까 하는.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순간 확신은 단박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면 지금까지 부당하게 적대시했던 대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p.331(1권) 3. “그런 아버지에 대해 당신이 판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라고 해서 쾌락을 누리면 안 되는 이유가 뭐예요? 아버지라고 해서 쾌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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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 봐요> -김동현-비소설/국내 2023. 12. 26. 15:04
1. 이 책은 내가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장애라는 건 그냥 불편한 상태에 적응하고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것이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p.27 2. 오늘 목표한 일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오늘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미처 다 못했다 해도 전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것도 괜찮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계속 갈 수 있다. p.68 3. 내가 잘해도 남이 더 잘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이 발전이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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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소설/국내 2023. 12. 26. 15:01
1.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p.14 2. 재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 아무도 겨울 밭을 억지로 갈진 않잖아. p.16 3. 내가 새비 아주머니의 입장이었더라도, 나는 남편을 위해 그만큼 울었을 것이고 남편을 다시 만나서도 그만큼 행복했을 것이다. 전남편이 저버린 것은 그런 내 사랑이었다. 내가 잃은 것은 기만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그가 잃은 건 그런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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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김겨울 외 11명-비소설/국내 2023. 12. 26. 14:54
1.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의 눈빛이었다. 그는 늘 나를 세상 쓸모없고 성가신 사람 보듯 바라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눈빛들은 차곡차곡 내 눈 안으로도 들어와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 매일매일 규정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라는 글자는 슬며시 사라지고 그저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나만 남는다는 것을. 나에게조차 나는 성가시고 하찮았다. 그렇게 하찮을 수가 없었다.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김혼비, p.65) 2. 의외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를테면 작업실에 원두가 다 떨어졌을 때 서랍에서 찾은 드립백 커피 한 봉지. 친구에게서 받았던 작은 운, 무척 다정한 복. 운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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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오가와 요코-비소설/국외 2023. 12. 26. 14:51
1. 하얀 늪에 끝없이 빠져들 때는 "힘 내, 너라면 쓸 수 있어. 자,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하고 큰 소리로 기운차게 응원해주는 사람보다, 이요르처럼 한숨을 쉬면서 저 깊은 바닥까지 같이 내려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p.21 2. (존 맥그리거의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은 마룻대에 앉았던 비둘기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을 가리키며 딸에게 "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는 걸 봤니?"하고 묻는다. 그리고 이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르는 채 지나가는 특별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기적을 말하는 이가 없다면, 그것을 어찌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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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기 전에> -마르셀 프루스트-소설/국외 2023. 12. 26. 14:49
1. 우리 영혼의 모습은 하늘만큼이나 시시각각 바뀐다. 우리의 불행한 삶은 그것이 감히 닻을 내리기를 두려워하는 관능미의 바다와 정박하기에는 벅찬 정숙함의 항구 사이에서 정처 없이 표류한다. p.85 2.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고통을 스스로 결정합니다. 고통은 즐거움의 이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만약 즐거움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했다면 질투도 몰랐을 겁니다. 질투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이와 나누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pp.108-109 3. 이제 정원은 흙탕물로 뒤덮인 황폐해진 들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5시경 마침내 모두 안정을 찾자 정원은 자신을 덮은 물이 고요해지고 맑아졌으며 형용할 수 없는 황홀감에 빠진 것을 느꼈다. 분홍과 파랑의, 숭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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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소설/국외 2023. 12. 26. 14:47
1.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쨌든 누구에게나 얼마만큼의 잘못은 있지 않는가. p.37 2. 나는 사람들은 결코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어떤 경우의 삶이든 그 나름의 좋은 점이 있으며, 여기서의 내 삶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짢아하면서, 나는 언제나 삐딱하게 대답을 하고 야망도 없어서, 비즈니스에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일하기 위해 자리도 돌아왔다. 그를 언짢게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결코 내 삶을 바꿀 하등의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되돌아 생각해 봐도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나도 학창 시절엔 그 같은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해야 하게 되면서, 그 모든 게 현실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