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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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비소설/국외 2023. 12. 21. 13:29
1.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들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p.17 2. 내가 결혼생활에서 배운 인생의 비결은 이런 것이다. 아직 모르는 분은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여성은 화를 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으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화내고 싶을 때 제대로 화를 내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 p.79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방황하고 있다. 내 자신이 몹시 방황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나는 있는 힘껏 돌벽을 걷어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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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비소설/국내 2023. 12. 21. 13:24
1.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운명론이거나 정해진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둠살이가 숙명인 인간종(種)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지점, 각자의 욕망이 합의되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각자의 욕망이 부딪치고 서로 만나 추동하며 생성되는 더 큰 욕망의 용광로가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p.14 2.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모든 변화를 몰고 온 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던 변화죠. 누적된 욕망을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건드린 거예요., 이미 무거운 등짐 위에 마지막 깃털이 떨어져 나귀의 허리를 부러뜨린 것입니다. pp.106-107 3. 예전 뱃사공 아저씨는 평생 헬스클럽에 간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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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황정은-비소설/국내 2023. 12. 21. 11:45
1.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엔 혐오를 드러내는 잔인성이 특별히 잔인한 어느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 안에” 있다고 말하는 페이지가 있다. 그러므로 “외적 혹은 내적 법으로 적절히 막아내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 순간 약자를 찾아 난폭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p.18 2.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로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p.76 3. 주기적으로 책장을 비워야 할 정도로 집에 책을 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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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리기의 예술> -다이애나 애실-비소설/국외 2023. 12. 21. 10:34
1. 편집자는 산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식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거든 직접 낳아야 한다. p.59 2. 요즘 독서 시장은 먹을거리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어서 빠르고 쉽고 간단한 것, 설탕이나 식초처럼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맛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다. 하지만 불만이 많은 늙은 세대의 생각과는 달리 이런 현상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은 아니다. 게다가 새롭게 등장한 현상도 아니다. 대중들은 예전부터 빠르고 쉬운 것을 원했으니까. 내 초창기 시절과 오늘날의 차이점은 대중의 욕구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욕구를 채우는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사치스러워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원인은 출판계가 특정 계층을 장악하는 능력이 느슨해지기 시작한 데 있을 것이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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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말라> -송길영-비소설/국외 2023. 12. 21. 10:29
1. 우리가 마시는 것은 커피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각성, 1시에는 위안, 4시에는 해우소라는 감성을 커피에 비유한 것에 불과합니다. ‘커피 한잔 하자’고 할 때의 커피는 얘기 좀 하자는 뜻입니다. 커피는 이야기의 메타포일 뿐이죠. 사정이 이런데 커피를 팔겠다면서 아라비카 같은 품종과 맛에만 신경 쓰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 할 수 없겠죠. 그것보다는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나 종업원 옷차림, 그리고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파는 스타벅스가 스스로 말하지 않던가요. 자기네가 파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문화라고. p.73 2. 제품은 기술의 결과물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팔 것인지는 기술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고의 중심을 기술에 놓지 말고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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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철학자> -이요철-비소설/국내 2023. 12. 19. 14:31
1.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 p.599 2. ‘시간’이라는 단어다. 우리말로 ‘시간’으로 불리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있다. 크로노스(Κρονοζ)와 카이로스(Καιροζ)이다. 먼저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아버지를 말한다. 객관적인 시간, 즉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반적인 시간을 가리킨다. 반면 카이로스는 주관적인 시간, 즉 특별한 시간을 지칭한다. 다시 말해 카이로스는 어떤 기회나 결정적 사건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으로 개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할 때 사용한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냇동생이자 기회의 여신으로 풍성한 앞머리를 흩날리며 다가온다. 머리는 무성하지만 뒷머리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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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손석희-비소설/국내 2023. 12. 19. 14:29
1.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지킬 용기뿐이 아니던가. p.149 2. 현실은 버라이어티하고, 논쟁은 앙상하다. p.149 3. “여기서 일단 책을 덮었다가 우리가 덮었던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해도 되는 것.” p.226 4. ‘사실, 공정, 균형, 품위’는 알게 모르게 우리 보도의 원칙으로 작동해왔다고 믿는다. p.241 5. 쓰레기 소굴이라 불리는 곳에선 쓰레기만 살아남는다. 깨끗한 모든 것은 시든다. (최문선 기자) p.275 6.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 p.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