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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제인 수-비소설/국외 2023. 12. 28. 12:41
1. “(...) 사업이든 뭐든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 돼. 사람을 웃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야지. 그런 매력이 있는 사람은 꿈을 보여주거든. 사람들에게 꿈을 갖게 해. 그런 사람은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pp.27-28 2. “칼집에서 빼면 무조건 베일 수밖에 없는 칼은 빼지 않는 법.” p.112 3.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도 아버지는 다른 승객보다 한 박자 늦었다. 그러면 반드시 옆에서 새치기하며 파고드는 사람이 꼭 있다. 그런 녀석들은 마치 “걸리적거리는 노인네는 저리 비켜!”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세상이 언제 이렇게 노인에게 차가워진 걸까. 굼뜨면 짐짝 취급을 당한다. 젊은 사람들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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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프랑크 M. 슈템러-비소설/국외 2023. 12. 28. 12:38
1. “인간은 ‘너’를 통해 ‘나’가 된다.” (마르틴 부버) p.141 2.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모멸을 가한다.” (도스토옙스키) p.144 3. 나쁜 감정을 느낄 때 스스로를 안정시키고 위로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두 팔로 부드럽게 안는 것이다. 처음에는 바보 같고 하찮은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 이런 온기와 애정의 제스처에, 마치 어머니 품안에 안긴 아기가 보이는 반응과 거의 동일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의 피부는 놀라울 만큼 민감한 기관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접촉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며 안정감을 주고 정서적 부담을 완화해 심혈관계의 스트레스를 진정시킨다. pp.214-215 4. 고유의 모멸감을 예방한다는 것은 다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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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소설/국내 2023. 12. 28. 12:33
1. 마리는 지훈과 있을 때는 완벽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되었다. 지훈의 가족은 마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마리의 삶이 어땠는지를 은근히 궁금해하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집에 돈은 많은지, 엄마와는 어떤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장래의 꿈은 어떻게 되는지 따위를 직간접적으로 질문하지 않았다. 지훈의 부모님에게 마리는 그냥 지훈이의 친구였고, 지훈에게 마리는 독일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였다. 그거면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냐는 눈빛이었다. pp.138-139 2. “...수혁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깊은 우물 속 같은 마음을 꺼내며 밤새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 거야. 아버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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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문장들> -유지현-비소설/국내 2023. 12. 28. 12:30
1. 모든 선택에는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불완전함이 우주의 기본 법칙“이라고 말한 배경에는 결코 완벽할 수 없고 완벽을 추구하지도 않는 자연의 섭리가 자리한다. 어린 시절에는 최선의 결정을 꿈꿔왔다. 절대 후회하지 않고 나쁜 건 하나도 없는 선택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각각의 장단점은 다르다. 어떤 선택은 장점이 매우 좋아서 단점을 커버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선택은 장점도 단점도 모두 적어서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다. 장점만 있고 단점이 없는 선택은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만나기 드물다. 옳고 틀린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길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도 좋은 면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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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일> -송민경-비소설/국내 2023. 12. 28. 12:27
1. 법관이 법의 관점을 고수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바로 법이 우리 모두가 정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법은 일종의 사회적 계획이다. 우리가 직접 법을 만들지 않았어도, 의회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제정한 법은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계획이 된다. 그런데 계획이 지향하는 합리성은 실행 지점에 이르러 ‘또다시 생각함 없이(without reconsideration)’하기로 했던 바로 그것을 실행하는 데 있다. 만약 우리가 지적으로 완벽한 존재라면, 슈퍼컴퓨터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많은 변수들을 종합해 장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존재라면 굳이 힘들여 뭔가를 계획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행동의 시점에서 여러 대안들 중 어떤 행동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지 예측해 행동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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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 예찬> -김지선-비소설/국내 2023. 12. 28. 10:30
1. “말하는 것의 반대는 듣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죠.” p.56 2. 그렇다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는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동시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남들이 가진 근사한 재능, 그에 뒤따르는 부와 명예에 대한 부러움으로 인해 마음이 혼란해질 때마다 나는 한마디를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낄끼빠빠’, 즉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 안 될 것 같은 일은 재빨리 포기하기. 내가 설 자리가 모호한 장소에는 애초에 등장하지 말기. 나에게 은은한 스크래치를 내는 사람에 대한 관심 끄기. 열심히 일하되 목숨 걸지 말고, 무명의 자유를 즐기며, 무엇보다 욕망하는 대상의 개수를 줄이기. 어설픈 욕망보다 끈질긴 수치심이 더 오래 따라 붙어 나의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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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김민섭 외 6인-비소설/국내 2023. 12. 27. 15:01
1. 책임지지 못 할 일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나는 그게 ‘시작’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 때,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어떤 긴 선을 그리려고 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았어야 했다. p.95 2. 순간의 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 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 때 사이에서. p.96 3. 삶이란 아마도 그렇게 어떤 날씨들과 함께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무엇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