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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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 -베르나르 베르베르-소설/국외 2023. 11. 14. 09:55
1. 고양이들은 감정 없는 사랑을 나누지 않지만 인간들은 종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그저 생식 행위를 할 뿐이다. p.61 2.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지식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이제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어디에 사는지,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잘 알게 됐으니까. 배움은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무지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 안타깝고 불쌍할 뿐이다. p.91 3. 「아니, 저건 전쟁이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지금 보는 건 충돌의 전초전에 불과해. 제복을 입은 인간들은 현재의 체제를 수호하는 자들이고 반대쪽은 그것을 파괴하려는 자들이야.」 「어느 쪽이 옳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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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요 네스뵈-소설/국외 2023. 11. 13. 11:01
1.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할보르센. 하지만 그런 일에 익숙해져야 해. 앞으로 네 인생은 이런 도덕적 역설로 가득 차게 될 거라고.” p.99 2. 법을 잘 지키며 살았던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에게 부당한 처사라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란 제한된 자원으로 벌이는 개연성 싸움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사실을 무시할 여유가 없습니다. p.168 3. 하지만 이거 아시오? 요즘처럼 모든 게 급변하는 시대에는 좀 천천히 간다 해도 별 문제없소. p.183 4. “내가 방금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질 않아서요. 랑닐은 죽었는데 난 내 살 궁리만 하고 있네요.” 욘은 눈물을 글썽였다. 순간적으로 해리는 마음이 약해져 진한 연민을 느꼈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에게가 아니라, 이렇게 가슴 아픈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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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이승우-소설/국내 2023. 11. 10. 13:11
1. 시간은 있던 것을 없게 한다. 무화(無花)에의 권능. 2. 나무를 깎을 때는 나무를 깎는 일만 중요했고 구멍을 뚫을 때는 구멍을 뚫는 일만 중요했다. 몰입하는 자의 세계에서는 부분이 전부였다. p.36 3. 그들은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생활의 궁핍과 욕망의 억제를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는 꿈의 자본이고 욕망의 설계도였다. 아버지 안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들 앞에 나타나기 전에 아버지는 위대했다.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위대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들 앞에 나타났고, 그들 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초라했고 볼품없었고, 부상을 입은 패잔병 같았고, 조금도 위대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그들은 말을 잃어버렸다. p.74 4. 각설하고, 상상 속에서, 꿈속에서, 소설 속에서 말고, 사람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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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 -이승우-소설/국내 2023. 11. 10. 12:35
1.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지는 코린트의 왕 시시포스의 교훈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되풀이해서 밀어 올려야 하는 그 형벌이 무서운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반복이 굴욕과 권태를 선물하기 때문이지. p.110 2. 색안경은 간파당하지 않고 간파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이지. p.111 3. 그러니까 타인과의 삶을 상정하는 윤리의식이라고 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개인의 이기심에서 발원하고, 또 그것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의 모든 윤리적 활동의 동기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이기심일 뿐이라는 주장도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p.132 4. 마음이 불편할 때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신경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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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뜨겁게> -배지영-소설/국내 2023. 11. 9. 11:12
1. “사람과의 관계를 펼쳐진 책처럼 낱낱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어. 적당히 오해하는 편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지.” p.30 2. "지구인들은 수명도 짧은 주제에 너무 잘 잊고 또 지나치게 잊고 싶어 하니까 저런 거라도 만들어준 거 아닐까요. 머릿속에 다 담아놓고 살기 힘들면 그냥 저 달에 새겨놓으라고. 지구의 역사와 지구인 하나하나의 모든 기억을 다 담으려다 보니까 저렇게 달의 크기는 클 수밖에 없을 테고.“ p.233 3. "지금 난 방공호에 있는 거야. 상처 받지 않으려고. 그래, 어떤 식으로든 내 곁을 떠나지 않겠지. 그렇지만 그게 다야. 사랑이란 마음이 떠날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거라 의미가 있는 거야. 상처 받을 수도, 상처 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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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소설/국외 2023. 11. 9. 11:10
1. ‘유로클리돈이라는 광포한 바람을 생각할 때, 바깥에만 서릿발이 뒤덮인 유리창 안쪽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창이 없어서 양쪽으로 모두 서리가 내리고 죽음의 사자가 버티고 선 창문으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창이 없어서 양쪽으로 모두 서리가 내리고 죽음의 사자가 버티고 선 창문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권 p.47 2. 웃음거리를 넘치게 가진 사람이라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을 게 틀림없다. 상권 p.75 3. 내가 생각하기엔 이승에서 그림자라고 부르는 게 실은 나의 실체인 듯하다. 또 영적인 것을 보는 우리는 물속에서 태양을 보며 탁한 물을 더없이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굴조개와 흡사하다. 내 생각엔 몸뚱이는 더 나은 실체의 찌꺼기에 불과하다. 상권 p.86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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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소설/국외 2023. 11. 9. 11:06
1. 표준을 거른다는 것은 즉 타인으로의 지향에 몸을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자 하는 반대의 소망도 동시에 갖고 있다. p.56 2. 맨얼굴이 아니라고 해서 가면을 복면 취급하는 것은 흰 것을 검다고 싸잡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면을 통로의 확대라고 한다면 복면은 통로의 차단이고 오히려 대립적인 관계다. 그것도 아니면 복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이렇게 가면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나 자신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런 광대가 되어 버린다. 덧붙여서 한 가지 지금 막 떠오른 것을 써둔다면, 가면을 오로지 피해자에게 필요하고 복면은 반대로 가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p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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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곳에서> -제임스 설터-소설/국외 2023. 11. 9. 11:02
1. 칸트는 철학의 과제라 믿는 질문 넷을 제시했다. 어떻게 알 것인가. 어떤 희망을 품을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p.36 2. 우정은 그늘진 구석이 있고 대가가 따른다. 사람들은 인간애와 온화함만큼이나 간절한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가는 위기를 따라 움직이고 해군은 침몰하며 제방은 가라앉고 육군은 비명횡사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는다. p.45 3. 공허함, 고요함과 추위 모두가 하얗게 빛난다. p.163 4. 언덕의 녹색이 희미해지고 평원은 연못처럼 변한다. 산은 푸르고, 온화함과 장엄함이 외경심과 함께 깃든다. p.173 5. 우리가 사는 것은 삶이 아니다. 영원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름다운, 삶의 보상 같은 것이다. p.183 6. 나는 유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