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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소설/국내 2023. 12. 7. 11:16
1. 세상은 한 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2. 예리한 칼날이 아니다. 관계란 물에 적시면 어느 틈에 조직이 풀려 끊어지고 마는 낱장의 휴지에 불과하다. 3. “보편적인 삶은, 아니 그냥 삶은, 어떤 것입니까.” (...) 데어버리도록 뜨겁고 질척거리며 비릿한 데다, 별다른 힘을 가하지 않고도 어느 결에 손쉽게 부서져버리는 그 무엇. 4. 어차피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해야 할 일만 하더라도, 사람은 살아 있는 이상 돈을 쓰게 된다. 숨만 쉬면서 살아도 비용이 든다. 숨을 쉬는 일, 입을 여는 일 자체가 극도의 무게를 동반하는 것이다. 자신 이외의 한 사람 이상과 관계를 맺고 산다면 감당해야 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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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식탁> -노르망 바아르종-비소설/국외 2023. 12. 7. 11:14
1. 플라톤이 말했듯, 무언가를 안다는 건 진실한 견해를 표현하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서 그것을 진실로 간주하는 것이지. 그러므로 주어진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란 진실에 입각한 의견을 표명하며, 뚜렷한 근거도 없이 되는 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해야겠지. p.24 2. 내 의견을 말하자면, 난 그러한 현상을 나의 ‘과시적 소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보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분명 와인은 유한계급에 속하는 자들이 허영심과 과시욕이 뒤섞인 가운데, 자기들은 이런 것도 지불할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소비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지. 그 자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딱히 필요하지 않은 뭔가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 역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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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비소설/국내 2023. 12. 7. 11:11
1. 중세의 철학자들은 아름다움과 선함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겼던 것과는 반대로 추함과 악을 절대적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 추함은 아름다움이 결핍된 상태, 악은 선이 결핍된 상태로 보았다. p.149 2. 중세철학식 사고의 틀을 통해 바라보면, 가고일은 괴물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선이 결핍된 존재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름다움과 선이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 이 자체로 나름의 아름다움과 선을 가진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그리스도교의 신성한 성전인 대성당에 괴수 가고일 조각상이 새겨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p.150 3. ‘몽(mon)’은 언덕을, ‘마르트르(martre)’라는 말은 순교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순교자의 언덕’으로 해석할 수 있다. p.172 4. 비정형이 바로크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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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다니하라 마코토-비소설/국내 2023. 12. 7. 11:08
1. TV를 보거나 공연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게요”하고 서론을 깐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집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관객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그다지 웃지 않게 되지요. 반면, 미처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느닷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면 웃음이 터집니다. p.18 2. 대화할 때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질문을 내고 잠시 침묵하십시오. 그러면 상대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또 잠시 동안 이야기에 집중시키고 싶다면 제가 세미나에서 했던 것처럼 서두에 질문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밝히는 흐름을 택하십시오. 그러면 상대는 흥미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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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사소한 이야기> -황석현-비소설/국내 2023. 12. 7. 10:57
1. 너무 오랫동안 가열하면 타 버리는 요리와 같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열정은 인간관계를 타 버리게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은은한 열기를 유지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p.108 2. 인생이라는 연극은 죽음이란 막이 내리면 끝이다. 누군가가 울어 준다고 앵콜 공연을 해주지 않는다. 연극의 평점이 높다고 해서 그것을 다시 볼 수 없다.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죽음인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던 인생들도 죽음이란 어두운 장막 뒤에선 그 빛을 잃어버린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마침표가 있어 아름답다고 하지만 마침표를 찍고 난 뒤 남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봄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싹이 나고, 사람이 지나간 자리도 그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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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안용태-비소설/국내 2023. 12. 7. 10:54
1. 조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묘한 운동성이 눈에 띈다. 양발이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형태이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무려 2,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 조각상이 보여 주는 운동성의 중심에는 변화를 중시하는 철학이 놓여 있다. 기원전 500년경에 활동한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사물은 운동과 변화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결코 같은 강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표현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생각은 자연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었고, 그의 생각은 당대 예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p.74 2. 소피스트들이 내세운 상대주의 철학은 모든 인간을 중요시하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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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시간이 필요해> -유진-비소설/국내 2023. 12. 6. 12:39
1. 일상은 ‘타자에게 강요된 속도로’ 흘러간다. 이 강요된 속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은 훌쩍 떠나온 여행의 시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나의 속도’로 모든 순간을 즐기고, 느끼고, 소유하고 싶다. p.7 2. “삶의 의미를 먼 곳이나 대단한 것에서 찾지 마라. 바로 지금 내 모습에서, 내 주변에서 찾아라.” (뮤지컬 ‘피핀’ 中) p.136 3.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은 없어. 결국, 실망하게 될 것이 두려워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야.” (‘상실의 시대’ 中) p.194 4. “몰라. 그냥 모르고 말래.” 이럴 때마다 나는 아이가 조금만 어려워도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사실은 내가 아이에게 설명을 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