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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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레베카 솔닛-비소설/국외 2023. 11. 24. 14:35
1. 나는 어머니가 뜯어지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책장이 날아가고, 문단이 뭉개지고, 단어가 흘러내려 흩어지고, 종이는 순수한 흰색으로 되돌아간다. 가까운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더해지지는 않는, 뒤에서부터 지워지는 책. 어머니의 말에서 단어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텅 빈 자리만 남았다. p.24 2. 사람들이 ‘어머니’나 ‘아버지’라고 말할 때, 그건 서로 다른 세 가지 현상을 일컫는다. 우선 당신을 만들고 어린 시절 늘 당신 위에 있는 거인이 있다. 그다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지하게 되는, 때때로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어떤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스스로 내면화한 부모님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이 되기 위해 투쟁하고, 달래고, 도망치고, 이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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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못하는 부모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이정화-비소설/국내 2023. 11. 24. 14:25
1. 정서 전염 현상은 다른 사람의 정서를 관찰하고 그와 유사한 정서를 느끼는 경향성을 말하는데, 정서 전염이 가장 긍정적으로 잘된 형태가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정서를 관찰하고 모방하며 직접적으로 그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반응한다. p.7 2. 유난히 짜증이 많은 사람, 화가 많은 사람,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 무엇이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자기감정을 담고 있다보니 세상이 그 감정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라. 세상이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에게 무심하게 대꾸하는 마트 직원의 무의미한 행동에도 분노가 치솟는다. 아이가 말대꾸하는 것까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이가 말대꾸하는 상황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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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나카지마 요시미치-비소설/국외 2023. 11. 24. 14:22
1. 복수한 이상,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신이 져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는 겁쟁이는 복수 따위 해서는 안 된다. 복수는 이처럼 살금살금 하는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게다가 이후의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질 각오로 해야 한다. 그것이 건전하고 아름다운 복수다. p.61 2. 당신이 미움 받을 때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직관했을 때는 우선 ‘그런 일도 있구나’하는 의연한 자세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대개 상대는 충분히 친밀하지 않으므로 일단은 짐작 가능한 원인을 생각하고,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면 필요 이상으로 매달리지 말고(노이로제가 되면 손해다), 겉으로는 마치 미움 받고 있지 않은 듯 정신 똑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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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은유-비소설/국내 2023. 11. 24. 14:17
1. “단언컨대 아이들은 미숙한 게 아니라 예민할 뿐이고, 어른들의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일 뿐이다.” (양효실) p.7 2. 나도 종종 딸을 향한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기정 사실로 왜곡할 때가 있고, 나의 풀리지 않는 화를 아이에게 퍼붓기도 한다. 보고 싶은 면에만 초점을 맞추니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p.25 3. 나는 평소 ‘결혼은 행복, 이혼은 불행’이라는 관습적 사고의 척결을 주장했다. 결혼식의 일생의 화창한 하루일 뿐 평생의 맑음을 보장하는 의례는 아니고 이혼은 비감한 일이지만 앞날의 불행을 예비하는 생의 절차는 아니다. 비 오는 날도 해 뜨는 날도 그냥 날씨인데 인간의 관점에서 좋은 날씨 궂은 날씨 구별하는 것이라는 스피노자의 말대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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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 -우치다 겐지-비소설/국외 2023. 11. 24. 14:14
1. 제안형으로 말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 마음속에서 숙제할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야 한다. 언제까지 만들기를 끝내야 하는지 인지하게 해주고, 그 이외의 판단은 아이가 하도록 대화를 하면 된다. 엄마는 아이가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유도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의 만들기가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고 관심을 보이면 아이는 더 신나 하며 숙제를 즐겁게 시작하고 마무리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숙제를 하고, 이러한 일상적인 일부터 아이가 스스로 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될 수 있게 부모는 올바른 의사 전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능동적인 아이로 키우는 제안형 말투가 그 시작이다. pp.31-32 2. 직접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이런 식으로 가볍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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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 -김연수-비소설/국내 2023. 11. 24. 14:02
1. 캄보디아의 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설명하면서 ‘바를 정(正)’을 흔히 해석하듯이 ‘올바르게’나 ‘똑바르게’가 아니라 ‘능숙하게’로 해석하는 걸 보고 동감했다. 예를 들어, 정견(正見)을 ‘올바르게 보기’라고 옮기면 그러지 못한 사람은 ‘그릇되게 보는’ 게 된다. 반면에 이를 ‘능숙하게 보기’로 옮긴다면, 그러지 못한 이는 ‘서투르게 본다’는 의미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릇되게 보는 사람보다는 서투르게 사는 사람이 낫겠다. p.38 2. ‘악은 결코 다른 악을 제거할 수 없다. 누군가가 그대에게 악을 행하거든 그에게 선을 행하여 선으로 악을 제거하라.’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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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비소설/국내 2023. 11. 23. 15:48
1.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듣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힘든 마음 자체보다 더 소모적이다. p.64 2. 요청한 적도 없는 배려와 선의를 베풀고 나서 넌 왜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들. p.65 3.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러니 난 아무 약속도 하지 않는다’는 무책임함이다. p.66 4.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연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늘어나는 건 연애 기술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식이다.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 나는 여기까지밖에 못 하는구나, 난 이건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구나, 난 이건 도저히 견딜 수 없구나. 그런 까닭으로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사랑할 수 없다.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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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석혜탁-비소설/국내 2023. 11. 23. 15:44
1. ‘현실주의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즐기면서 길 위의 장애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말한다.’ -《덴마크 사람들처럼》 (말레네 뤼달, 강현주, 2015) 이런 식의 ‘현실주의’를 우리도 일정 부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도 ‘충분히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사방에서 사로잡는 가속도 경쟁의 강도를 조금씩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 사회의 느림은 게으름도 아니고, 비효율도 아니고, 경쟁의 배재도 아니고, 역동성의 결여도 아니다. 그저 속도의 다른 차원일 뿐이다. 그리고 삶은 전쟁이 아니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2007) (...) 바쁘기만 한 내 걸음에 휴식시간을 주자. 길거리에서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과도 꼭 누가 누가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