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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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스무라 기쿠코-소설/국외 2023. 11. 3. 10:09
1. ‘미래가 지금인가’ 하고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한 킨크스의 곡에 집중하며 눈을 감는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운동선수였을지도 만화가였을지도 모르고 파일럿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샐러리맨이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얌전히 있으면 계속해서 일을 떠맡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괴롭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제법 좋은 추억도 있고, 새해 연휴에 만날 친구도 있다. 그런 거야 어렸을 때와 거의 똑같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뭐가 나쁜가. p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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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비소설/국외 2023. 11. 3. 10:06
1. 올바른 행동의 규범이 되는 정신을 기대할 수 없는 자는 인간의 꼴을 하고 있을 뿐, 고뇌하면서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살아가는 참 인간이라 할 수 없다. p.31 2.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나 역시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속을 내비치지 않는 것은 배려 따위가 아니다. 비겁한 것일 뿐이다. 비겁한 것과 배려를 혼동한 채 그냥 내버려 두면 끝내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 폭발하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p.35 3. 국민에게 이 세상이 사랑과 친절로 가득하다는 착각과 솜사탕 같은 가치관을 심은 장본인은 결국 탐욕스러운 자들의 집단에 지나지 않는, 국가라는 이름의 한 조직이다. 쉽게 세뇌되는 데다 세뇌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국가가 있어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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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소설/국외 2023. 11. 3. 10:05
1. 로드아일랜드주의 자동차 중 거의 1/3이 뒤 범퍼에 빨간색과 흰색으로 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 주에서 발생한 대형 범죄의 희생자를 기리는 스티커다. '내 친구 케이티 드큐벨리스는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내 친구 존 시송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이런 문구가 쓰인 스티커는 학교 행사나 모금 행사, 미용실 등에서 나눠준다. 사망한 아이를 아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연대감에 혹은 이러한 비극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기쁨을 남몰래 누리기 위해 이 스티커를 붙인다. p.115 2. 우리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며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한다. p.129 3. “사라, 케이트는 네가 와인 한 잔 더 마신다고,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다고 혹은 터무니없는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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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조대호,김응빈,서홍원-비소설/국내 2023. 11. 3. 10:03
1. (『종의 기원』의 초판 표지) 책의 제목 “On the Origin of Species”에는 긴 부제가 붙어 있어요.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제목이 깁니다. (중략)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이라는 뜻이지요. 거기에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유리한 종의 보전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덧붙어 있습니다. 다윈 진화론의 핵심과 선구적인 통찰이 바로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pp.67-68 2. (라파엘로, ) 우리가 잘 아는 이 그림은 라파엘로가 그린 의 일부입니다. 라파엘로는 그림에 수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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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 -허용희-비소설/국내 2023. 11. 2. 11:24
1. 과정 시뮬레이션은 우리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을 처음 맡게 될 때, 만약 그 일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아 버겁다고 여겨진다면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일을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일이 실패했을 때 예상되는 불행한 일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될 어려움이 떠올라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우리로 하여금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며, 자연스럽게 일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과정 시뮬레이션에 임하게 되면 우리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일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그 과정들을 조목조목 떠올려 가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노라면 머릿속 한가운데 있던 온갖 불안감이 어느새 옆으로 밀려나 버리기 때문이다. pp.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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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의 맛> -최민석-비소설/국내 2023. 11. 2. 11:21
1. 한 단락 안에 있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기성이 있고, 그 유기성을 좀 더 밀착시키거나, 적당히 떨어뜨리기 위해 쉼표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장에서 한 단어를 빼면 그 문장이 무너지고, 그 문장이 무너지면 그 단락이 무너지고, 그 단락이 무너지면 한 장(章, Chapter)이 무너지고, 그 장이 무너지면 책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결국 책 한 권과 한 단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매우 긴밀한 유기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p.45 2.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기 바란다. 누군가를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수록, 세상엔 좋은 것들이 좀 더 생겨날 것이다. p.86 3. 마음에 드는 음악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해서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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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소설/국내 2023. 11. 2. 11:20
1.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 p.68 2.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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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팔아라> -정지원 외 2명-비소설/국내 2023. 11. 2. 11:17
1. 마스다 무네아키의 표현을 빌자면 이제 필요한 것은 제안 능력이다. 고객에게 선택의 기술을 제공하는 능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제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는가, 어디서 사는가가 아니라 왜, 어떻게 사는가다. pp.19-20 2. 수단소비와 목적소비는 언제나 공존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의 이유는 로고가 사라진 코카콜라와 포장막을 활용한 프라이탁처럼 수단에서 목적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로 인해 무언가를 필요로 해서 사는 경우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필요해서 사더라도 수많은 대안이 이미 존재하기에 소비 자체에 의미가 있거나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는 대안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p.22 3. "우리의 목표는 오직 직원의 필요를 채워줄 때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의 방향은 CEO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