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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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정리해드립니다> -가키야 미우-비소설/국외 2023. 11. 6. 10:44
1. 방을 정리하지 못하는 인간은 마음에 문제가 있다. p.25 2. 하루카는 자신의 마음이 변한 것을 깨달았다. 이미 사토시를 잊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유부단한 성격이어서 예전부터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죠.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충분히 생각하면 돼요.” p.63 3. “요즘은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드물죠. 언제부턴가 다들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 소리만 해요. 누구나 악역은 맡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원망을 들어도 좋으니까 진실을 말해주는 편이 진정한 친절함 아닐까요?” p.80 4. 분노를 천천히 발산해야지. 아야코한테 화를 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p.91 5.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방법임을 도마리는 깨달았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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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김연수-소설/국내 2023. 11. 6. 10:41
1. 내가 쓰려고 하는 책은 인간의 권력의지와 인간의 이성은 결코 같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분열되어 있으며, 갖가지 가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훌륭하다는 이성 역시 한 개가 아니며 수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간의 퍼스낼러티라는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가면이 비치되어 있는 분장실일 뿐이에요. 이 사실을 인식하여야만이 가면을 직접적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권력의지라든가, 인간의 욕망을 삭제해 낼 도리가 없어요. 자신 역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요. pp.29-30 2. 결국 나의 존재라는 것은 유동하는 것일 뿐이다. 어떠한 진실도 내 몸 안에서는 살고 있지 않다. 내 몸은 텅 빈 동굴일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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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비소설/국외 2023. 11. 6. 10:35
1. 각양각색으로 활짝 핀 가을 풀꽃들이 흔적도 없이 다 져버린 후에, 겨울이 끝날 때까지 머리가 새하얗고 푸석푸석해진 것도 모르고 옛날 잘나가던 때를 생각하며 바람에 흔들흔들 서있는 모양은 마치 인간의 일생을 보는 듯하다. 억새가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특별히 감개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p.132 2. 9월경 밤새 내린 비가 아침에 그치고 해가 반짝 얼굴을 내밀었을 때, 뜰에 핀 화초에 이슬이 굴러 떨어질 듯 소담스럽게 매달린 것은 매우 운치 있다. 그리고 사립 울타리나 초라한 지붕 처마의 거미줄에 빗방울이 떨어져 맺힌 것도 마치 진주가 맺힌 듯이 맑고 예쁘다. p.267 3. 안뜰에 풀이 무성하여 내가 ‘왜 이리 보기만 하시오. 베어버리면 되지 않소’라고 하자, ‘일부러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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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근대, 일상의 모험> -김지영-비소설/국내 2023. 11. 6. 10:30
1. 일상은 주체의 삶과 개념을 실질적으로 매개하고 분절해내는 공간이며, 개념은 일상에서 그 적법성을 시험받고 사회적 승인을 얻는다. p.27 2. 일상은 평범하고 무가치한 일들의 연속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을 규율하는 다양한 제도와 가치관 및 사회 기구의 본질이 경험 생활의 영역으로 육체화되어 있다. 일상을 관통하는 규율들은 지역, 계층, 젠더, 세대 등 서로 다른 사회 구성원에 의해 다양하게 전유되며, 이질적 조건과 욕망을 지닌 주체들은 다양한 방식의 타협과 복종, 일탈과 전복의 과정을 통해 이 규율들을 구체적 삶의 형상으로 투사해낸다. p.37 3. 아버지의 세계에서 사랑은 행위의 문제이다. 살면 사는 것, 혼인하면 혼인하는 것. 이 동어반복의 문장은 행위와 개념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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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소설/국외 2023. 11. 6. 10:26
1. “처음엔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앞을 보고 살아야 하니까요.” p.189 2. 이런 필생의 관심사에 속박당하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운명은, 사라진 부모의 그림자를 오랜 세월 뒤쫓으면서 고아로서 세상과 대면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그 임무를 완수하려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기 전까지는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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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비소설/국내 2023. 11. 3. 10:40
1. 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합격, 승진, 새로운 연애, 이딴 거? 뭐든지 조금만 지나면 별것 아닌 게 된다. 같은 수만큼 발생하는 불합격과 탈락, 진부함은 또 어쩌라고. 이런 건과 상관없이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경우는 좋은 날씨다. 제기랄, 그게 다다. 최고의 에너지는 그것이다. p.19 2. 유명한 음식점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흥행하는 영화는 봐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유행하는 것은 뒤늦게라도 사서 가져야 안심하는 이들, 남 노는 것 구경하는 걸로도 부족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족속들. 한 가지에서만 정보를 얻는 무지. 이게 바보 아니고 뭔가. p.28 3. 말년에는 쓸쓸했다. 노년기 우울증도 좀 앓았다. 자신도 괴로워했다. 품위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피폐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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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망각의 책> -밀란 쿤데라-소설/국외 2023. 11. 3. 10:38
1. 즈데나가 그에게 구원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라고 독려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동지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구는 것은 단지 할 수 있는 한 그를 돕고 싶은 막연하고 헛된 욕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허둥대며 말하고 눈을 피하는 것은 손에 덫을 들어서가 아니라 손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p.36 2. 사람들은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외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심한 공허에 불과할 뿐이지만 과거는 삶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얼굴이 우리를 약 올리고 화나게 하고 상처 입혀, 우리는 그것을 파괴하거나 다시 그리고 싶어 한다. 우리는 오직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미래의 주인이 되려는 것이다. p.49 3. 그때 나는 원이 지닌 마법적 의미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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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이수연 대본집-소설/국내 2023. 11. 3. 10:36
1.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예요. 막 죽일 xx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거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야. /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버리면요? p.315 2. 부정부패가 해안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뺏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