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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온도로 산다는 것> -이노우에 마야-비소설/국외 2023. 11. 10. 12:46
1. 아버지는 내게 “심지가 굳지 않아서 문제를 금방 고민으로 만들어 버린다”라는 주의를 주셨다. 문제를 고민으로 뒤바꾸지 않도록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금방 휘둘리게 된다. 내가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한 번 문제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 p.43 2.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골치 아픈 불안 벌레를 키우고 있어. 그 벌레가 요동을 치면서 불안을 만들어내는 거야. 벌레를 잘 길들여서 꿈틀대지 않도록 해야해. 인생은 그런 일의 반복이란다.” p.46 3.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완성되지 않는 ‘나’라는 작품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나’를 잘 만들어 가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싶다. p.48 4. 예전에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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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서은국-비소설/국내 2023. 11. 10. 12:40
1. 일종의 ‘근친 감지 시스템’을 동물들은 보유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위 연구에서 수개월에 걸쳐 여대생들이 누구와 얼마나 자주 문자나 전화를 하는지 분석해봤다. 여대생들의 임신 확률이 높은 가임기와 그렇지 않은 기간의 통화 내역을 비교해 보니 딱 한 사람과의 통화 패턴이 달라졌다. 바로 그녀들의 아버지였다. 연구자들의 예상대로다. 아버지와 딸, 유구한 세월동안 근친 관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사이다. 그래서 가임기에 가까워질수록 여대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거리를 둔다. 가임기에는 통화 빈도와 시간을 서서히 줄이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또 다시 정상 패턴으로 돌아간다. 가임기에 가까지면 아버지를 경계하라는 경고 시스템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도 모르는, 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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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 -이승우-소설/국내 2023. 11. 10. 12:35
1.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지는 코린트의 왕 시시포스의 교훈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되풀이해서 밀어 올려야 하는 그 형벌이 무서운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반복이 굴욕과 권태를 선물하기 때문이지. p.110 2. 색안경은 간파당하지 않고 간파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이지. p.111 3. 그러니까 타인과의 삶을 상정하는 윤리의식이라고 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개인의 이기심에서 발원하고, 또 그것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의 모든 윤리적 활동의 동기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이기심일 뿐이라는 주장도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p.132 4. 마음이 불편할 때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신경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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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 산책> -최석호-비소설/국내 2023. 11. 10. 12:33
1. 이곳에 불노불사의 신선이 노니는 동천복지(洞天福地)를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동천이라 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다고 믿었던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를 일컬어서 동천복지라 한다. 일반적으로 속세와 격리된 산속 살기 좋은 땅을 뜻한다. 백석과 동천을 서로 엮으면, 백석산 깊은 곳 백석생이 살고 있는 동천복지와 같은 별천지가 된다. 그야말로 신선이 노니는 도교적 이상향, 백석동천이 바로 여기다. p.53 2.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을 지닌 필명 박노해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p.56 3. 김환기 그림 는 한국현대미술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분기점이다. p.66 4. 대통령제를 국무령제로 바꾼 뒤 백범은 초대 국무령에 피선된다. 헌법을 고쳐 국무령제를 국무위원제로 바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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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정은우-비소설/국내 2023. 11. 10. 12:26
1. 여행도 삶도 결국 선택이 포개진 결과이자, 그것이 옳았다는 것을 정당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을 세웠는지와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각오이다. p.22 2. 그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해끔한 햇살 아래를 걷고 싶은 만큼 걸었고 걸었던 만큼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평서문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p.51 3.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의 일이다. 한 학생이 'I love you'라는 문장을 ‘너를 사랑해’라고 해석하자 나쓰메 소세키는 그 뜻을 ‘달이 참 예쁘네요’라고 정정해주었다고 한다. p.139 4. 가서 보지 못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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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이병률-비소설/국내 2023. 11. 9. 11:38
1.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2.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그래요. 한 사람의 것만으론 가 닿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엔 턱없이 모자라고 또 모자란 것, 그래서 약한 물살에도 떠내려가 버리고 마는 것. 한 사람의 것만으론 이어붙일 수 없는 것, 한 사람의 것만으론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3. 청춘은 예민하되 청춘은 복잡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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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치매 아냐?> -한설희-비소설/국내 2023. 11. 9. 11:36
1. 평소 에너지와 혈책의 공급이 많이 필요한 뇌는 에너지 공급과 혈액감소에 아주 취약한 조직일 수 밖에 없다.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급성 뇌혈관질환 이외에도 서서히 진행되는 동맥경화에 의해 만성적으로 뇌혈류가 감소하면 장기간에 걸쳐 뇌세포가 사멸하면서 뇌는 점점 쪼그라들게 되며, 이때 시상이나 해마와 같이 기억력을 담당하는 구조들도 손상을 입게 된다. 뇌혈관질환에 의한 치매는 큰 혈관에 이상이 생겨 뇌졸중이 생길 때마다 기억력이 나빠지므로, 환자가 한동안 잘 지내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또 잘 지내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하는 특징적인 계단식 악화 현상을 보인다. p.61 2. 인지기능 유지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호르몬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비타민 D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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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비소설/국외 2023. 11. 9. 11:29
1. “포충엽이 자극을 받으면 전류가 흐르며, 이 전류가 잎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포충엽이 닫히는 원리와 동물의 근육이 수축하는 원리는 똑같다.” 2. “아름다운 꽃은 창조자의 손길과 무관하며, 수십만 년에 걸쳐 축적된 우연과 선택의 결과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윈이 생각하는 꽃의 의미, 모든 색물과 동물의 의미, 적응과 자연선택의 의미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다윈은 종종 ‘신성한 의미나 목적을 배제함으로써 세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자연선택에는 방향이나 의도가 없고 추구할 목표도 없으므로, 다윈의 세상에는 설계도, 계획도, 청사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3. 기억이란 국소적인 뉴런의 흔적(오늘날에는 이것을 장기강화작용이라고 부른다)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가 생각하..